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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Oct 02. 2024

온실에서 자란 화초보다 자연에서 자란 것이 강하다




요즘 아파트는 대부분 거실에 베란다가 딸려 있지 않다. 베란다를 두지 않는 이유는 그 크기만큼 거실을 넓게 활용할 수 있고, 바깥을 방해물 없이 조망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비가 내리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흘러내리는 무수한 선을 바라볼 수 있으며, 겨울이면 바로 코 앞에서 난무하는 눈송이를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환기가 어렵고, 바람이 차단되어 상쾌함을 폐부로 느낄 수 없으며 햇빛은 유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받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거실에 생기를 주기 위해 비치한 식물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잎이 싱싱하지 않고 누르께해지거나 마른 잎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받듯이 거실에서 아파 신음하는 식물은 침실에 딸려 있는 베란다로 데려간다. 활짝 열어젖힌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은 식물을 골고루 어루만져 주고, 바람이 불어와 줄기와 입사귀들을 흔들어주며 비가 들이쳐 흠뻑 적셔놓기도 한다. 물을 뿌릴 때도 베란다는 배수구 시설이 되어있어 거실에서 처럼  바닥이 젖을까 신경 쓰지 않고 맘껏 공급해 줄 수가 있다. 얼마 지난 후 식물들을 보면 거실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싱싱하고 탐스러워져 있다.


식물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자연이다. 들이나 산에서 자생하는 나무나 풀을 보면 철저히 자연에 순응한다. 햇빛을 마음껏 쪼이고, 바람에 흔들리고 비가 오면 흠뻑 젖는다. 아침안개에 싸이기도 하고 아침이슬의 맛을 보기도 한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지켜보기도 하고 칠흑 같은 긴 밤을 견디어내기도 한다. 가뭄에 목말라 발버둥치기도 하고 강한 비바람에 풀들은 처참하게 바닥에 쓰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얼마 후에 보면 누가 일으켜 세우지 않아도 스스로 몸을 털고 일어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생생함을 과시한다.


사람도 식물처럼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경험하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할 때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부모들은 자녀들을 좋은 환경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곱게 키우려고만 한다.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있으면 부모자격에 흠집이라도 생기는 양 철저하게 방어벽이 되어준다.


온실에서 곱게 자란 화초보다 자연에서 어려움을 스스로 견뎌내며 자란 화초가 강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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