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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3)

by 김정준









70년대 중반 나는 군복무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억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뙤약볕 아래 얼굴이 벌겋게 익어 행군을 하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눈 덮인 산에서 동계 훈련을 했다.


그 보다 더 힘든 것은 상명하복의 문화 속에서 선임들로부터 폭력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었다.

“야, 이 새끼야! 눈깔 굴리지 말고 똑바로 서 있어! 어 이 새끼 봐. 눈깔 굴리는 소리가 기차 지나가는 소리보다 더 커.”

이유 없이 선임들은 주먹을 휘두르고, 군홧발로 조인트를 깠다.

그때마다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마그마처럼 들끓었지만, 반항할 수 없는 자리, 반항하면 더 큰 고통과 불이익이 기다리는 구조 속에서 그저 숨죽이고 감내해야 했다.

내 존재가 사라지는 듯한 모멸감 속에서, 시간아 빨리가라만 되뇌었다.


그런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지 지금도 가끔 그때가 꿈에 보인다.


시계는 멈춘 듯 더디게 흘러갔지만 인내를 거듭하다 보니 끝내 전역일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역 신고를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일주일이 지나도, 한달이 지나도......


나와 입대한 동기들은 모두 제대를 하고 떠났는데 왜 나만 사회로 나가는 문이 굳게 닫힌 것일까?


마치 영원히 이 어둠 속에 갇혀버릴 것만 같은, 그 무력하고 비참한 기분에 온몸이 잠식당했다.

몸부림쳐봐도, 소리쳐봐도 벗어날 수 없는 깊은 늪에 빠진 듯했다.


"저, 제 전역일이 지났는데… 왜 저는 제대를 못하는 겁니까? 무슨 착오가 있는 겁니까?"

간부들에게 묻고 또 물었지만 명쾌한 답은 없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게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봐라."

모호한 답변은 끝없는 절망과 답답함만을 안겨주었다.


서류상에는 분명히 만기 전역이라고 되어 있을 텐데, 아무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이 상황이 점점 불안하게 만들었다.

언제쯤 이 끝없는 군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괴로움에 소리 지르며 발버둥 치다 내 목소리에 놀라 잠이 깬다.


아, 꿈이었구나!


홀가분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천신만고 끝에 교도소를 탈출하여 두 팔 벌려 환호하던 주인공인 앤디 듀프레인의 기분이 이렇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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