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김정준






우리는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결국 시간의 끝자락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노년이라는 또 다른 계절입니다.


이 글을 쓰며 나는 그 계절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보았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던 시절도 있었고, 세월이 남긴 흔적을 마주할 때면 서글픔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노년은 사라져 가는 시간이 아니라, 비로소 삶의 의미를 가만히 음미할 수 있는 시간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책임과 의무, 경쟁과 성취 속에서 하루하루를 채워 나갔지요. 그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겼지만,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 서둘러야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 길 위에는 기쁨도 있었고, 아픔도 있었으며, 때로는 후회도 남아 있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대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관계를 다듬으며, 몸을 돌보아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입니다. 가족에게는 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사회와는 작은 역할이라도 놓지 않으려 노력하며, 건강을 위해 꾸준히 몸을 움직이고, 책과 음악,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채워 가는 소박한 실천들이 모여 노년의 시간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약해질 것입니다. 기억력도,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은 날이 올 테지요. 그러나 약해진다는 것이 곧 쓸모없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내고, 비교와 경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노후의 성숙한 자세일 것입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삶의 후반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고, 내 곁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를 돌보는 태도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스스로 답해야 합니다.


이 글을 쓰며 나는 스스로 다짐합니다. 남은 시간을 두려움 대신 감사로 채워 가겠다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서두르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나답게 걸어가겠다고.


먼 훗날 삶의 끝자락에 서서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며, 나는 노후를 후회 없이 슬기롭게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