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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조울 Dec 11. 2024

계엄

나의 분노

  12월 3일 밤에, 계엄 사건이 터지고, 나의 일상은 평범하게 굴러가지만, 내가 신뢰하는 가치를 짓밟고자했던

시도와 그런 행위를 옹호하는 자들의 궤변을 지켜보면서 계속, 끈질기게 화가 난다.

  다행히 일상을 망가뜨릴 만큼은 아니다.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서 얘기하기 싫어한다. 나도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평소에 정치 얘기를 하진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정치관을 갖기 마련이고,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지만 서로의 정치관이 맞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논쟁이 생겨나고, 그건 꽤 피곤한 일이니까.

  하지만 요즘 누구와 이야기해도 계엄 이야기는 늘 뜨거운 화두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분노와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그런 생각도 한다. 민주주의니, 헌법이니, 결국 당장 나의 삶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나는 왜 그것을

짓밟으려했던 시도에 이토록 분노하는가.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고 사람이 사람을 고문하게 했던 시절은 역사책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나.

  내가 위선적인가, 분위기에 휩쓸리는 건가 잠시 갸웃하지만 내가 지금 느끼는 분노는 생생하고 오롯이 나의 것이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진 않겠지만 굳이 촛불을 붙이고 민중가요를 부르는 것도 촌스럽다.  쿨하게 아무 아이돌 응원봉이나 흔들고 유행가를 부르는 것도 새로운 세상의 민주주의이며,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공존하는 방법이다.


  분노에 잠식당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게 지금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한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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