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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 Dec 28. 2023

현재의 1등을 찾고 꼭 이긴다

< 기획자의 실무_9 >

제안서를 쓰는 사람들에게 1등은 어떤 의미일까.  

    

  1. 업계 매출이 1등인 업체

  2. 업계 사람들이 가장 잘한다고 하는 업체

  3. 같은 입찰에 참여해 1등 한 업체 

  4. 당선률이 가장 높은 업체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가장 와닿는 것은 나를 이긴 누군가가 아닐까 싶다. 기획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중의 하나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이겨보아야 한다. 그래야 일등의 근육으로 체질변화가 가능하다. 물론 영원한 1등은 없다. 거지도 살면서 자기 분야에서 한 번은 1등을 하기 때문에 과거에 잘 나가지 않았던 사람도 역시 없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지속성은 단발성 승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도 매번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세계 최고의 거장 반열에 올라 앞으로 제작하는 영화라 한다면 아마도 톱클래스 안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기획자가 다른 제안서를 보고 가장 속상할 때는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을 때이다. 그리고 하필 내가 하지 못한 그 생각으로 누군가 당선까지 되었을 때 기획자는 아무도 모르게 리벤지를 다짐해야 한다. 상대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를 넘기 위해 더 노력하고 더 힘을 쏟아야 한다. 한번 대결로 아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도 거기까지 도착할 때까지 쉽지 않았을 것이므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기획자는 좋은 기획안을 내겠다는 기본적인 생각 외에 옵션으로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근성과 이번에는 꼭 이기자 하는 승부욕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꺾어보겠다는 의미보다는 다른 누구보다 좋은 안,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뛰어난 안을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 말이다. 1등만이 목표는 아니지만 1등의 연구방식, 더 잘한 생각, 더 잘 그린 표현을 참고하고 그보다 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속적인 갱신 없이는 발전도 없다.      


  다른 일에 빠져 잠시 전시 제안공모 시장의 분위기를 잊고 살다가 오랜만에 컴백했을 때가 기억난다. 직원들에게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업체가 만든 제안서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당선된 제안서도 같이 보자 하였다. 마지막, 작업자들끼리 잘 되었다고 평가하는 제안서도 함께. 오케이, 그것들 보다 반드시 잘 쓰고야 말겠어. 아무 문제없어. 나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때론 열정이 과해 나만큼이 아니거나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었다. 나처럼 열심이지 않는 누군가를 대놓고 비난하고, 나만큼 쏟아내지 않았다고 화를 내고, 무시하고, 반목하기도 했다. 조금 느린 친구들은 쉴 새 없이 다그치고, 조금 대충인 친구들은 집요하게 몰아치고, 혼자 느긋한 친구들은 무리하게 강요했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집요한 승부욕도 문제지만 괜한 시크함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제발 자신이 작업해서 만든 결과물의 평가에 둔감한 척 하지 마시라. 바삐 살다 보니 결과 따위 찾아보지 않는다고, 이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초연한 척 굴지 마시라. 어떤 결과에도 상처받지 않으려고 훈련된 방어기제 일뿐이다. 세간의 혹평에 제대로 실망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낙선에 좌절하고, 다른 누군가의 승리에 죽을 만큼 부러워 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당신보다 더 노력한 자의 영광을 빼앗아 올 자격이 없다. 


  공모경쟁을 오래 하다 보면, 1등에는 턱도 없을 것 같은 안도 어쩌다 1등이 되고, 1등을 하고도 남을 안이건만 어이없는 꼴등이 되는 순간이 부지기수다. 물론 세상의 인정만이, 좋은 평가만이  당신이 이 일을 해야 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가의 결과는 곧 나의 레퍼런스가 될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 


  다음은 치열한 경쟁 끝에 1등으로 당선된 밀양아리랑 디지털정원 콘텐츠의 스토리라인이다. 이 한 장의 스토리라인을 완성하기 위해 유사한 시설이 자리한 일본 나가사키 이오지마라는 섬에 가보았다. 그 지역만의 전설로도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것에 확신을 가졌고, 돌아와 디자이너들과 상의한 후 이기기 위한 디자인에 착수했다. 그리고 끝까지 고치고 또 고치고 마침내 승리를 얻었다. 

< 밀양아리랑 디지털정원 콘텐츠 개발 제안서_스토리라인 >

  

  될 수 있으면 1등을 하라. 

  더 자주 1등 하는 안을 만들어 내라. 

  기획자에게 2등은 없다. 그때 한 것은 기획이 아니고, 기획이 될 뻔 한 무엇일 뿐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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