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듯,
오랜만에 책상 앞으로 돌아온 내가 딱 그 꼴이다.
글은 써야 하고, 쓰고 싶고, 쓸 줄도 알았는데 정말 쉽지가 않았다.
2024년 1월 달에 야심 차게 남편을 따라다니며 보고 들은 것들을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포부를 밝혔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진득이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으로
그동안 외면의 시간을 합리화하고자 한다.
그야말로 나는 늙어가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것을 해결할 수 없음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리하여 나는
쓰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고자 한다.
남편을 따라 공식 수발녀가 되는 것은, 되기만 해도 힘든 일이라
그 과정을 글로 다시 엮어낼 시간과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 나는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늙어가는 것도 결국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
도입부 결론을 얻어 내고
조금은 이 파란만장한 갱년기의 시간들을 통과해 내었음에
자축하고자 한다.
애써 즐거우려 노력한다거나
쉽사리 슬퍼하지도 않고자 한다.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는 건 역시 11월이며,
그때쯤이면 항상 낙엽이 모두 떨어진 후였다는 걸,
그리고 자석처럼 책상 앞에 돌아와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떠들고 싶어진 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