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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쟁이 선비 Aug 16. 2023

서른 비망록 - Side Story -

안녕하다 못해 서글펐던 서른에 관한 단편



1.

*얼마 전에 내가 겪었던 감동 실화를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는데 일부 지인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브런치스토리에도 그대로 적어본다. (*서랍에 글을 저장만 해놓고 발행을 까먹어서 한 달이나 지나버렸다.)



2.

올해 초, 적적한 마음으로 적었던 서른 비망록.

그 외전(外傳)의 이야기로 이 감동 실화가 딱 알맞겠다 싶어서 타이틀은 서른 비망록의 'Side Story'다.



3.

이 감동 실화로 인해 서른의 슬픔이 다소 짙어졌기에 부제도 '안녕못함'에서 '서글픔'으로 감정이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단편이다.



아래는 감동 실화의 해당 본문이다.

(사실 감동 실화라기보다 해당 사건에 내 사견을 덧붙인 감성팔이 감상문이다.)






2023년 7월 18일 (화)


여느 때와 같이 퇴근 후,

복싱 체육관에 가서 한창 샌드백을 치고 있었는데

등록한 지 얼마 안 된 중학생 친구들이

손에 복싱 밴디지 감는 법을 물어봤다.



"형, 이거 어떻게 감는 거예요?"



순간,

'형이라고 불려서 기분 좋은 감정'과

'어려 보인다는 것을 좋아하는 자체가 이미 나이 들었다는 방증이라는 슬픈 감정'

그 사이에서 아찔한 모순과 괴리를 경험했다.


이걸 마냥 기뻐해야 하나, 아님 슬퍼해야 하나….



그리고 운동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목길을 지나가다

길 한편에 주차되어 있는 소나타


우연히 시야에 들어오는

사이드 미러에 적힌 문구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사이드 미러에 비친 내 모습에

하루종일 슬퍼진 오늘이었다.


ISTJ의 정말이지 Gloooooomy 했던 하루






타이핑하면서 당시 상황을 리마인드 하니까 다시 울적함이 밀려온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냥 웃기고 유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SBS 런닝맨 520화, '럭키한 취미생활' 中)



추가적으로,

이 이야기를 듣고는 몇 사람이 해당 사건에 대해 진위여부 논란을 제기해서 "형"이라고 불렸던 것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아래와 같이 변론하고자 한다.


※ 해당 중학생 친구들은 중2로 체육관 인근 남자중학교에 재학 중이다.

1. 학교 또는 학원에서 만나는 또래 외에 터울이 큰 여러 연배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했을 확률이 크다. 때문에 자기보다 한참 윗사람인 상대방(나)을 고려하여 사춘기 소년들이 듣기 좋은 말(입에 발린 말)을 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2. 그 나이 또래 사춘기 남자애들은 거짓말을 잘 안 한다. 왜냐? 아직 자기표현에 솔직해서. 게다가 남자중학교에 재학 중인데 그 정도 센스를 겸비하고, 청자를 배려한 감수성을 장착한 중2? 전교에 10명도 채 안된다고 확신할 수 있고, 체육관 친구들이 그들 중 한 명이 아닐 거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을 수 있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경험과 주관에 근거한 주장이다.


이렇게 구차하게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내 모습을 타자화하여 비추어보니 더더욱 슬프고 웃기다.

더군다나 체육관에서도 이젠 잘 쳐줘야 삼촌일 텐데, 형 한 마디에 목메는 내 모습이 참 궁색하기 짝이 없다.

문득 요즘 아이들은 사리에 밝고, 영리하고 영악한데 그 친구들이 내 생각 밖의 예외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앞으로 사회생활 잘하겠네.

앞날이 창창!!


뭔가 이런 식으로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할 뿐이다.


이럴 때만큼은

N이 되어서 시간을 역행하는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상상을 하거나,

F가 되어서 관계지향적 친구들과 무수한 공감과 위로를 나누거나,

P가 되어서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웃어넘기면 좋을 텐데.


천성적인 나의 STJ 기질은 이 와중에도

싸늘하 현실을 직시하고 나이를 역행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체계적으로, 계획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대처하고 개선해야 할지, 또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최선의 수는 무엇인지 로봇처럼 답을 찾는다.


언제 툴툴 털어버리고 받아들이려나, 어리숙한 나의 내면과 자아는.

나의 서툰 서른도 참 쓸데없이 힘들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매일 붕대 감는 걸 벌써 1.5년째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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