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s Prix Cyclistes 퀘벡 사이클링 경기
퀘벡 시티에 오는 날, 몬트리올 기차역에서 짐을 보관해 주던 직원이 어디 가냐고 물어보길래 퀘벡 시티 간다고 하자 사이클링대회가 열린다고 꼭 보라고 했었다. 몬트리올은 다음 주에 한다며 아주 기대하고 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는 흘려들었는데 퀘벡 시티 곳곳에 Grands Prix Cyclistes de Québec 그랜드 사이클링 경기 광고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전날부터 올드 퀘벡 거리에 바리케이드와 라인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생 루이 게이트에는 차양이 쳐진 VIP석이 설치되고 Finish라고 쓰인 걸 보니 마지막 구간인 듯하다.
할 일도 없는데 사이클링 구경이나 하자며 시간과 루트를 확인한다.
경기가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4시쯤에 끝난다고 해서 점심을 먹고 천천히 생 루이 게이트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경찰이 도보와 길을 통제하고 관광객과 현지인이 모여 열띤 응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12km의 올드 퀘벡 구간을 16바퀴나 돈다고 하니 약 200km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다. 퀘벡 그랑프리는 몬트리올 그랑프리와 연이어서 열리는 경기로 유럽의 유명선수들이 출전하는 메이저 사이클링대회이다.
사이클링은 스피드 스케이팅 단체전 경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승하기 위해서는 팀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일정한 페이스로 속도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나눠가며 비축하고 상대 팀을 견제하는 협동 없이 혼자서 우승할 수 없는 팀 스포츠이다.
치열한 전략을 나누고 교대로 바람을 막아 에너지를 아끼면서 마지막에 전력 질주한다는 점이 아주 비슷하지만, 팀 전체가 살아남아야 하는 스케이팅과는 달리 사이클링은 팀원들의 희생 속에 리더가 우승하는 경기이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라인 앞에 서 있는데, 먼저 경찰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달려와 길을 트고 있다. 잠시 후 몇 번째 랩인지와 기록을 알려 주는 전광판이 달린 차가 지나간다. 그다음에는 팀의 스폰서들 차가 지나가고 그 뒤를 이어 네 명의 선두 그룹 선수들이 커다란 함성과 환호를 받으며 사이클을 타고 질주한다.
바로 뒤를 한 무리의 선수들이 관중들을 스치듯 바짝 붙어 지나간다. 휴대폰을 들고 선수들을 찍다가 황급히 손을 안쪽으로 넣는다. 생각보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놀랐다. 그다음 또 한 무리가 지나가고 한참 뒤에 뒤처진 마지막 선수들이 지나간다.
옆의 아저씨는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Go~ 루이스, Go~ 크리스, Go~ 누구누구”하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원들의 이름을 외친다.
중간에 다리를 주무르며 힘들게 달리는 226번 캐나다 선수는 모든 사이클링 선수가 말랐지만 특히 말라 보여 아들이 생각나기도 해 번호를 기억하고 소리 질러 응원해 준다.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스페인 선수의 번호도 기억한다. 우리 아파트 동 호수와 같아 기억하기 쉽다.
그렇게 한 랩을 돌면 다음 랩을 돌 때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경기를 보기로 한다.
샤또 프롱트낙 호텔 앞의 경사가 심한 Montagne 몽따뉴 거리가 가장 난코스일 것 같아 그쪽으로 가보니 역시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중계 화면을 보여 주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하얀색 바리케이드는 이제 보니 사람들이 응원하면서 두드리는 응원 도구 겸 안전 막이었다. 이번에는 나도 그 앞에 서서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GO~GO~ 소리를 지르며 바리케이드를 두드린다.
선수들의 길을 여는 경찰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스폰서의 차들과 TV 중계차가 지나간다. 하늘에는 항공 샷을 찍는 헬기가 선수들을 따라 하늘길을 만들고 있다.
언덕은 역시 힘든 코스이다. 걸어서 올라가기도 버거운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올라가려니 속도가 많이 나지 않는다. 클라이머의 힘이 빛날 때이다.
선두 그룹이 바뀌었다. 세 번째로 달리던 캐나다 선수가 보이지 않고 새로운 선수들이 앞서 나간다. 그 뒤를 한 무리의 선수들이 핏줄이 힘껏 솟아오른 허벅지를 연신 주무르며 오르고 있다.
이제 선두와 마지막 선수의 차이가 크게 난다.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오르는 선수를 위해 더 큰 응원과 함성이 터진다. 나도 바를 두드리느라 팔이 아프지만 계속해서 소리 지르며 언덕을 오르는 라이더들을 응원한다.
그런데 응원하던 스페인 선수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이탈했는지 다리에 이상이 생겨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마지막 랩이다. 선두를 달리던 선수 중에 1등 하는 선수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며 파이널 라운드를 기다린다.
경찰 오토바이가 등장하자 퀘벡 시민과 관광객들의 응원이 최고에 이른다.
이번엔 다르다. 선두가 없다. 한 무리의 선수가 언덕을 떼 지어 오르며 마지막 페달을 죽을힘을 다해 밟고 있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팀원들의 도움을 받던 리더들이 마지막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선두에 있던 선수들은 바람을 막아 주고 리더를 도와주는 도메스티크 같은 바람막이들이었고 그 뒤를 무리 지어갔던 선수들이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던 숨은 리더였다.
마지막 언덕에서 몇몇 선수들이 에너자이저 광고처럼 폭발적으로 튀어나오며 어택 하자 다른 전략을 짜던 팀도 화들짝 놀라며 엉키기 시작한다. 언덕이라고 봐주지 않는 리더의 추진력과 갑자기 튀어나오는 라이더들을 놓치지 않으려 페달을 밟는 거친 소리에 가슴이 뛰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관광객의 함성은 절정에 이른다.
그렇게 선두 경쟁을 하는 리더들이 지나고 팀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려 최선을 다한다.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을 위해 더 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벌써 대형 스크린에는 1등 선수가 들어오고 샴페인이 터지며 환호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오르는 라이더들을 위해 포기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지만 226번 캐나다 선수도, 스페인 선수도 보이지 않는다.
리더가 아닌 팀원들도 팀의 명예와 결속을 위해 끝까지 달리며 리더를 응원한다고 하니 매력적인 팀 스포츠일 뿐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스피디한 스포츠 경기이다.
남편과 사이클링이 이렇게 재미있는 스포츠인지 몰랐다며 스포츠 채널을 보다가 유로 스포츠 채널에서 사이클링대회 중계를 하고 있으면 항상 돌려 버렸는데 이제 채널을 켜두게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라이더들을 따라가며 유적이 가득한 마을의 언덕과 아름다운 시골 마을을 구경하는 건 커다란 덤이다.
마지막으로 오르던 스페인 선수와 226번 선수가 궁금해서 구글링해 보았더니 둘 다 완주하지 못했고 팀도 좋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틀 뒤 몬트리올 경기에서는 끝까지 달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