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The Complete Guide to Korea

by 스노리

여행하는 동안 맛있는 커피집을 발견하고, 짧은 단골이 되어 깊은 향이 느껴지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나와 같은 커피 러버들의 소소한 행복이다.

몬트리올의 유명한 이탈리안 커피집인 Café Olimpico는 커피보다 카놀리가 더 맛있었고, 세인트 로랑 근처의 Café Viungo는 커피보다 아프리카풍의 현란한 벽화가 아름다운 카페였다. 예전 은행 건물을 개조한, 은행보다 더 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Crew Collective & Cafe는 우연히 들른 Côte Café 와 함께 몬트리올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퀘벡 시티에도 맛있는 커피집이 있다.

올드 퀘벡의 아랫동네 St. Paul 폴 거리의 Café Apotek 아포텍 카페와 항상 사람이 붐비는 Les Cafés du Soleil 쏠레유 카페의 커피는 아주 맛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아이스커피도 한국의 맛있는 커피집에 뒤지지 않는다.

남편은 운동 후에 아포텍과 쏠레유에 번갈아 들르며 아이스커피를 한 잔씩 마신다. 여기는 아주 큰 얼음 한 조각을 아이스커피에 넣어 준다. 얼음이 천천히 녹으면서 더운 날에도 커피의 진한 맛을 오랫동안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운동 후에 커피를 주문하는 남편에게 아포텍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작년에 한국을 갔다 왔다며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갈 때마다 “Bonjour~” 대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갈 때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남편이 그전에는 아이스커피는 쏠레유가 조금 더 맛있는 것 같다고 하더니, 아저씨와 대화한 후 “아포텍이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라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카페 아포텍의 단골이 되었다.


Rue Saint-Jean 생 쟝 거리에는 Nina ‘니나’라는 맛있는 화덕 피자집이 있다. 피자와 안쪽의 칵테일 바에서 만들어 주는 칵테일이 어울리는 맛집이다. 향이 진하고 맛있는 올리브 오일을 피자와 같이 주는데 중간중간 뿌려 먹기도 하고 가장자리의 도우에 뿌려 먹으면 피자가 사라진 접시까지 핥아먹게 된다.

니나 피자집 옆은 Boulangerie 베이커리이다. 맛있는 크루아상과 빵을 기대하지만, 퀘벡의 빵집은 프랑스 거리의 빵집처럼 버터 냄새 진동하는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케이크와 에클레어 같은 디저트는 맛있지만 정작 맛있는 빵을 구워 파는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케이크가 맛있어서 가끔 들러 레몬 향이 진한 파운드케이크를 사곤 한다.


어느 날 베이커리에서 조용히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던 중년의 여성이 대화하던 우리를 보고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한국인인지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남편이 중국인이라 중국어가 아닌 것은 확실히 알았고, 친구가 한국인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예요”


“친구가 한국말하는 것을 들어 봤나 봐요?”


“아니요. 분위기로 알았어요. 친구가 항상 한국을 그리워해서 그런지 한국 사람을 만나니 반갑네요. 한국에서 올 때 동쪽으로 왔나요? 서쪽으로 왔나요?”


??? 방향에 대해서는 취약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하지만 역시 남편은 모르는 게 없다.


“올 때는 북동쪽으로 와요. 바람을 타고 와서 1시간 정도 빨리 와요.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서쪽 방향으로 가서 시간이 좀 더 걸려요”


“중국 갈 때와 같군요. 호호. 남편 따라 중국을 왔다 갔다가 하곤 해요”


“중국 어디예요?”


“푸저우예요”


“중국에서 일할 때 출장 간 적이 있어요. 베이징에 있었거든요”


“어머 그렇군요. 호호”


베이커리에서 빵 사다가 나눈 캐나다 아줌마와의 푸근한 대화였다.

친구의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면 아주 따뜻한 친구 임이 분명하다.


캐나다의 약국은 미국의 약국과 마찬가지로 슈퍼마켓에 가깝다. 처방전을 가지고 조제하는 약뿐 아니라 가벼운 감기약부터 종합 비타민, 수면제까지 살 수 있고 그 외에도 화장품, 음료수, 스낵을 비롯해 문구류와 생필품 등 없는 게 없다.

대형 편의점 같은 약국 쇼핑도 꽤 재미있다. Jean Coutu 장 쿠투는 퀘벡 지역에서 가장 큰 대형 약국 체인 중 하나이다. 몬트리올의 약국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화장품 코너에서 컨실러를 보다가 직원에게 어떤 색이 내 피부에 맞겠냐고 물어보니까, 메이크업하지 않은 목의 톤에 맞추는 게 정확하다고 하면서 제품 하나하나를 내 목에 대본다.

제품을 골라 주고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안녕하세요”라고 얘기하며 요즈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갈 계획이냐고 물어보니, 계획은 없고 어학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며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나는 캐슬린입니다. **살입니다” - 몇 살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완벽하다고 엄지 척해 줌.


“나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벗어난 것에 진심으로 박수 쳐줌.


이제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더 이상 북쪽이냐 남쪽이냐를 묻지 않고 ‘안녕하세요’나 ‘감사합니다’가 따라온다.

몬트리올의 아크테릭스 매장에서 계산하던 직원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북쪽이야 남쪽이냐를 물어본 적이 있다. 너무 오랜만에 들어 보는 질문이라 북쪽에서 온 한국인을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자기 질문이 진짜 바보 같았다며 서울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맞다며 서울을 아냐고 하니까 한국의 수도 아니냐고 하며 12월에 한국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남편 친구 부부가 미국에서 K-pop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얼마나 인기인지, 아침 뉴스며 방송에서 온통 케데헌 이야기만 한다고 한다. 주변에도 한국을 갔다 온 미국 친구들이 많아졌는데 아직 한국이 외국인들에게는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회사 동료들과 한국 출장을 가면, 불편한 교통 시스템과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구글 지도 때문에 불편하다고 한다. -한국은 군사상 보안 문제 때문에 한국의 지도를 해외 서버에 반출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에는 우버가 많지 않고, 외국인에게 카카오 택시 예약은 먼 나라 이야기이며, 예약 없이 거리에서 택시를 잡기는 몹시 어렵다.

한국에 관심이 커지고 해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데 정작 외국인은 한국에서 길 찾기조차 쉽지 않다. 같이 간 동료들에게 네이버 지도 앱을 알려 주고 설치하라고 말해 주었지만, 일부만 영어로 표기되어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게다가 휴대폰이 없으면 백화점 식당가에서도 음식이 나왔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심지어는 주문도 휴대폰 없이 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남편의 친구는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다운로드할 수 있는 관광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IT 강국이잖아. 모든 디지털 프로세스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앱 하나쯤은 만들 수 있지 않아?”


The Complete Guide to Korea?, The Essential Korea Guide? 이름은 어찌 됐건 한국 여행 시 쓸 수 있는 한국 관광 통합 앱을 만들면 편리할 것 같다. 자신의 로밍 번호를 등록하고 받을 수 있는 임시전화번호를 사용해 택시도 부르고, 백화점 식당가에서 알림도 받고, 정밀한 지도와 맛집 정보도 볼 수 있는 앱을 다운로드하여 여행을 더 즐길 수 있다면 관광객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여행의 좋은 기억은 그 나라를 또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드니까 말이다.

우물쭈물하다가 한국의 인기를 업고 다른 나라에서 이러한 앱을 선수 칠지도 모르겠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외국 자본의 K-pop 작품이고 작품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가 아니다. 뜨고 있는 한국인 문화 콘텐츠를 발 빠르게 써먹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해외의 영리한 회사들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렇게 인기를 몰고 온 이유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가득한 이민 2세대가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 한국어와 먹거리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들의 호기심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외국인에게 이국적인 신비로움으로 비친 것이다.

한국인이 해외를 겨냥해 작정하고 너무 글로벌한 컨셉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렇게 까지 이슈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IT 기술력과 타고난 엔터테인먼트 기질이 흐르는 한국인에게 지금은 관광산업과 문화 콘텐츠 산업의 적기이다. 우리 문화에 애착과 자긍심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만든 콘텐츠를 자생력 있게 키워나가면 좋겠다.

물고기를 잡으려다 연못에 물고기만 풀어놓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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