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지막 차르> 감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마지막 차르>를 보았습니다. 러시아 제국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차르인 니콜라이 2세와 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니콜라이는 선량하고 매너 있는 사람이었고, 아내인 황후 알릭스는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네 딸들은 밝고 천진한 소녀들이었습니다. 제국의 후계자가 됐을, 힘겹게 얻은 아들은 혈우병을 앓았기에 니콜라이와 알릭스의 너무나도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르 니콜라이 2세는 끔찍한 군주였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늘 최악의 선택만을 했고, 재상과 관료의 이야기보다는 주변의 비선들에게 더욱 귀를 기울였습니다. 황후 역시 그만큼이나 어리석었고, 그 어리석음을 그리고리 라스푸틴이 파고들었습니다.
그는 국가를 자신의 소명으로 여겼고 가족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소명과 사랑에 국민은 없었습니다. 그는 차르와 국민의 결속이 굳건하다고 믿었습니다. 자신의 선택들이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을 버리게 만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신이 만든 차르였고, 차르와 국민의 결속 역시 신이 주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차르와 그의 가족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전체가 혁명의 열기로 불타오르던 그 절정의 시기에도 그것이 혁명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하느님이 내리는 시련 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혁명이라도 일어난 듯이 말하는군."
"이게 혁명입니다."
총 6화의 이 드라마는 니콜라이의 즉위부터 피의 일요일, 라스푸틴, 전쟁과 혁명, 그리고 최후까지의 이야기를 빠르게 담아냅니다. 역시 가장 길게 다루어지는 것은 차르 부부와 라스푸틴의 이야기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혁명 이후 차르 일가의 마지막입니다.
소비에트는 차르 부부를 예카테린부르크의 비밀가옥에 가두었습니다. 잠시 따로 격리되었던 자녀들이 차르 부부에게로 보내졌습니다. 니콜라이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다시 만났는데, 이때 차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규칙만 잘 지키면 다른 간섭은 안 할거야. 매일 아침 점호를 하고 낮엔 뜰에서 1시간씩 운동을 해야해.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품위를 잃지 말자구나."
신이 선택한 차르, 발칸부터 극동까지 대륙 전체의 광활한 땅과 국민을 다스리는 군주였던 니콜라이였습니다. 그런 그가 자녀들에게 소비에트의 규칙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수용소의 규칙입니다. 황제가 죄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품위를 잃지 않겠다고 합니다.
니콜라이는 황제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자유로워지기를, 예전과 같은 생활은 아니더라도 고귀한 존재로 돌아가기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처형 당하던 마지막 순간까지 말입니다. 희망의 끝에 파멸이 있는 이야기는 늘 비극적입니다.
차르 가족이 모두 처형된 이후, 막내딸 아나스타샤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습니다. 여러 명의 여성들이 등장해 자신이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나스타샤는 소비에트에 의해 처형된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아나스타샤가 극적으로 살아남아 우리들 속에 섞여 살았다고 믿었습니다.
어쩌면 그와 같이 믿고 싶었을 것입니다. 고귀하고 맑은 소녀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지 않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비록 제국은 엉망이었고 차르는 형편없었지만, 그 선량하고 존엄한 사람의 가족의 핏줄이 절멸하지 않았기를 바랐을 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대조'의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선량과 독선, 신실함과 몽매함, 희망과 파멸, 존귀함과 비참함. 그 극적인 대조는 씁쓸함과 덧없음의 감상을 가져다 줍니다. 차르는 구름 위에 있었으나, 땅 밑으로 파묻혔습니다.
누구에게나 선과 악, 지혜와 어리석음이 공존합니다. 누구의 인생이든 고점과 저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단어로 재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비단 존귀한 사람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