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9_작심 121일째_달리기에 미치다.
4킬로미터 29분
내가 달리기를 한다고 했더니 마라톤을 하는 선배가 조깅 수준이라고 했다. 뛰면 모두 달리기인 줄 알았는데 조깅과 러닝 구분이 있었다. 최대 심박수의 70%를 기준으로 이상이면 러닝, 이하면 조깅으로 구분하는 듯했다. 나에게 조깅과 러닝의 구분보다는 컨디션의 차이에 따른 달리기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마음과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이 그랬다. 억지로 뛰기보다 발이 먼저 앞선다. 이런 날은 10킬로 이상, 21킬로 등 새로운 도전을 해도 좋은 날이다. 하지만 오늘은 거의 일주일 만에 뛰는 거라 무리하지 않았다. 호수 한 바퀴를 뛸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리고 비도 부슬부슬 내렸기 때문이다.
뛰기 전 비가 내리면 뛸까 말까 고민이 되지만 오늘은 무조건 달리기로 했다. 테니스를 칠 때도 중간에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치곤 하는데, 보는 사람들은 테니스에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비가 와서 우산 들고 다니는 사람 사이를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달리고 있으니, 그들이 보기에 나는 미친 사람이었다. 달리기에 말이다. 오히려 땀과 비가 범벅이 되어 머리에 맺힌 물방울이 땀인지, 빗방울 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니 그동안 막혔던 장이 뚫리듯, 답답했던 가슴과 머리가 숨을 쉬기 시작하는 듯했다.
장마철 호숫가 산책로에는 사람대신 개구리, 달팽이가 마실을 나왔고, 저 멀리서 두 마리의 길냥이가 다가가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그래 뛰길 잘했어. 비를 핑계로 오늘은 건너뛸까 했는데... 무조건 운동화를 신고 나와야 한다. 갈까 말까 고민이 생기면 무조건 장비를 챙기고 수영장으로, 테니스장으로, 그리고 호숫가로 나가야 한다. 물론 운동화 끈을 다시 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