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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꾼의 장작패기 Oct 31. 2022

떠나는 직장 선배님께 드리는 글

광해가 없는 밤 하늘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누군가 나에게 직장생활에서의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누군가에게 롤 모델이 되는 것"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불안과 염려, 공포와 결핍, 때론 허무와 무의미로 우리 모두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은 학창 시절 꿈꾸었던 장기적인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에게도 그런 롤 모델이 생겼다는 것에 스스로 재밌었다.

인간적인 면모와 전문성 있는 업무역량을 닮아가고 싶다는 것이 핵심이다.


직장 선배는 곧 타지로의 포지션이동이 예정돼 있어 그 동안의 업무와 관계를 종횡으로 되짚어보며, 향후의 커리어와 인생을 즐거이 고민하는 듯 했다.

나는 그런 직장 선배에게 오글거리지만 진심을 담은 편지를 선물하고 싶었고 편지에 전부 담을 수 없는 그동안의 기억과 추억을 감사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To. 선배님

제목 : "광해가 없는 밤하늘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서울과 같이 인구가 밀집해 있는 메가시티에선 광해(光害)가 심해 밤하늘의 그림을 감상하기 어렵습니다.

덕분에 주요 천체를 아주 짧은 순간에 볼 수 있어서 "북두칠성이야!" 외치며, 괜스레 어릴 적 보았던 것만 같은 낭만적인 밤하늘 그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관측의 대상이 되는 천체들은 도심 외곽으로 벗어나 망원경과 카메라로 간직하기도 하고, 연인에게 선물할 별을 고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광해가 없는 밤하늘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아주 어두운 공간에 달빛도 없는 밤하늘 그림은 더 이상 관측의 대상이 아닙니다. 감상의 대상으로 바뀐 검은 도화지는 빼곡하게 그 그림을 채우는 머나먼 지평에서부터의 옛 빛 흔적들이자, 나와 마주하고 있는 현재입니다. 손이 닿지도 않는 저곳에만 빛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사뭇 무섭기도 두렵기도 하면서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이런 경험을 한 마디로 하면 경외심이 생긴다는 말로 축약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 '경외하다'의 영문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정답은 'Awe'입니다! 여기에 '~들', '~무리'를 뜻하는 접미사 '-some'을 붙이면 좀 더 친숙한 단어가 되겠네요! 경외심이 무리 지은 결과 "멋진/엄청난/기가 막힌/굉장한"이라는 뜻을 가진 "Awesome"이 됩니다.


That's awesome!


기가 막힌 대상이 사람으로 대체될 때, 오늘을 마지막으로 인사드릴 선배님이 생각납니다. 후배들을 대표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제겐 awesome 한 형이자 사수, 선배님이셨습니다. 타지에서 겪으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적응 기간을 통해 어디서나 awesome 한 사람이 되실 것을 확신합니다.


훗날 직장의 선후배로서든 시공간적 우연이든 He's awesome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며 후배들에게 더욱 귀감이 되는 롤 모델로서 성장하시길 바라며, 선배님과 선배님 가정의 평안과 안녕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꾼 올림.



짤막한 편지 한 통에 대한 부끄러움(오글거림)은 선배님의 몫이 되었지만, 글을 함께 나눈 소속 팀 내에선 부러움의 대상이 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이라는 찰나에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으로 롤 모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직장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욕심 내봄직한 꿈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You are awes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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