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daiv. 여덟 번째 이야기: 김지후
당신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업’을 선택할 때 재미를 고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늘상 재미와 행복을 좇아온 사람이더라도, 이 두 가지가 마치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일하는 재미를 느낀다는 건 어쩌면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데이터’라는 바다에 풍덩 뛰어드는 순간 넓고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체리 피커(cherry picker)처럼 내 입맛에 맞는 것만 쏙쏙 골라 먹기도 한다. 오늘은 AI, 데이터 분석, 데이터 시각화 등 여러 분야를 경험해 보며 재미있는 업을 찾아가고 있는 김지후를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근황은.
지금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4학년 1학기를 끝내고 첫 휴학을 했다. 지금은 컨설팅 회사 데이터 팀에서 인턴 중인데, 데이터 추출부터 가공하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원래 ‘데이터’ 분야를 희망했나.
고등학교 때부터 직업란에 항상 ‘데이터’라는 말이 들어가는 직업을 꿈꿨다. 기억에 남는 책을 읽었다거나, 강연을 들었다거나 하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성향상 언어나 사회보다는 상경 계열이 더 잘 맞는 편이었다. 그중에서도 데이터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대학교도 통계학과로 진학했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수학 증명만 계속하니까 흥미를 많이 못 느꼈다. 사실 원래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싫어하는 행렬 수업의 성적을 보는데, 뒤에서 등수를 세더라 (하하). 그래도 회귀 분석 때부터는 이게 내가 원하던 ‘데이터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값 예측 프로젝트 같은 걸 했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해보자는 생각에 머신러닝 수업도 듣고 데이터 사이언스 학회에 지원하고, 다이브에도 들어갔다.
여러 데이터 동아리를 경험한 걸로 안다.
고려대학교 학회 ‘쿠빅’이랑 ‘다이브’ 활동을 끝냈고, 지금 ‘보아즈(BOAZ)’라는 동아리를 하고 있다. 동아리를 하면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시각화를 배웠는데, 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도움은 ‘쿠빅’에서 가장 많이 받았다. 학회 사람들이랑 대회도 이것저것 나가고, 산학 협력부터 인턴까지 참 많은 걸 경험했다. 다이브는 학교 밖의 사람들이랑 교류할 수 있었던 첫 동아리였다. 사람들이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학회와 다이브에서 NLP 분야의 논문도 많이 읽고 다양한 NLP 프로젝트을 했다. 요약, 생성, 분류, 챗봇 등 NLP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Task는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1년 동안 NLP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아직도 인공지능은 너무 어렵다. 학회를 하면서 사람들과 데이터 분석 대회를 많이 나가고 좋은 결과를 많이 얻었는데, 그때마다 재밌었고, 자신감도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데이터 분석을 더 잘하기 위해 시각화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해 요즘은 보아즈에서 태블로(Tableau)를 배우고 있다.
머신러닝으로 시작해서 인공지능, 데이터 시각화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내가 잘하는 분야에 재미를 많이 느낀다. NLP도 처음에는 내가 만든 모델이 단어만 줘도 글을 생성하고, 나랑 대화하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 모델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내 상황에 맞게 모델을 수정하는 코드를 빠릿하게 짜지 못한다고 느껴져서 흥미가 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가끔 인공지능이랑 데이터 분석 갈래에서 고민이 될 때도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았는데, 인턴을 한 번 더 하고 싶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아무래도 컨설팅 회사다 보니 비교적 분위기가 활동적인 편이다. 예전에 ‘삼성 증권’이라는 회사랑 산학 협력을 했을 때 들은 건데, 거기는 야근도 안 하고 컴퓨터가 정시에 꺼진다더라. (웃음) 그게 회사에 대한 첫 이미지였는데, 컨설팅 회사에 오니까 확실히 야근도 많고 자유로운 느낌이 강하다. 데이터를 내 마음대로 이리저리 만져볼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번에 컨설팅과 마케팅에서의 데이터 분석 경험해 봤으니 IT, 금융과 같이 다른 도메인의 회사에서 데이터분석을 경험해 보고 싶다. 아직은 어떤 걸 더 좋아할지 판단이 안 서서, 인턴을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요즘 고민되는 일은 없나.
학업적으로 생각하면 학·석사 연계가 가장 큰 화두다. 통계 전공을 살리고 싶고 통계를 더 배우고 싶어서 학·석사 연계 과정을 지원했었다. 지금은 대학원이 내가 좀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통계학과에서 배운 지식이 실무에서 큰 도움 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통계 대학원에 간다고 해서, 데이터 분석을 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또 다변량 분석을 배우고, 범주형 분석을 배우면서 증명하는 과정을 겪을 텐데 인턴을 한 번 더 하는 게 데이터 분석에서는 더 빨리 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학업 외를 생각하자면, 지금은 삶에서의 걱정은 크게 없다. 평화롭게 잘살고 있고 행복하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