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딥 다이브 Jan 23. 2024

멀리가는 꿈

Humans of daiv. 열한 번째 이야기: 임도연

꿈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막연한 상상을 하던 10대를 지나 찬란한 20대까지, 오랫동안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오랜 꿈은 나에 대해 수많은 물음표를 가져온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 꿈을 꿀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묻게 된다. 그리고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한 대답들은 꿈의 유통기한을 정한다. 오늘은 학창 시절부터 줄곧 AI 연구원을 바라온 임도연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중앙대학교 소프트웨어 학부 20학번에 재학 중이다. 지금은 4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고, 딱히 다른 활동을 하는 건 없다.



다이브를 시작으로 추천시스템에 관심이 커진 걸로 안다.

학부 2학년을 마치고, 3학년 1학기 들어가기 직전 1월에 다이브에 들어왔다. 인스타그램 팀 소속이었는데 논문 읽는 방법도 배웠지만 특히 추천 시스템 공부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그때 논문 리뷰하는 과정에서 이 분야가 나한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부 연구생도 추천시스템 연구실에서 했고, 대학원 진학도 비슷하게 고민하고 있다.


연구실은 2022년 1학기부터 2023년 1학기까지 있었다. 주로 추천시스템이나 강화학습 분야에서 논문 읽고 세미나 하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중간에 네이버 부스트캠프도 병행했었다. 그러다 올해 1학기에는 데이터셋 구축이나 성능 개선 부분에서 석사분 연구를 도와드렸었다. 근데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져서 나오게 됐다.



원래 인공지능 공부를 하고 싶었나.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리눅스나 해킹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고등학교 특성상 남자 성비가 높았는데, 애들이 공격하는데 내기 방어를 해도 하는 게 아니었다(웃음). 그래서 해킹은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수학, 인공지능 쪽으로 관심을 가졌다.


그때부터 인공지능을 하고 싶었고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데이터 분석이 하고 싶어서였다. 지금처럼 깊이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그땐 마냥 재미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입시 이후부터 ‘인공지능학과’가 엄청 많이 생겨서, 당시 대학교 진학은 컴퓨터공학 쪽으로 했다. 주변에서도 나중에 혹시 인공지능을 하고 싶지 않을 수 있으니, 일단 컴퓨터공학과에 가서 선택해 보라고 조언했다.



여전히 연구원의 꿈을 가지고 있나.

사실 공부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웃음). 그래도 매일매일 공부하는 것에 익숙하고, 또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서 연구원의 꿈은 유효하다.


내가 이 꿈을 계속 꿔도 되나 고민되는 건 있다. 작년 1학기 때 한 연구가 성능이 너무 안 나와서 엎어진 적이 있다. 그전까지는 뒤에서 석사분들 연구용 데이터를 만들어 드리거나 같이 고민해 보거나하 는 정도였는데, 막상 내 연구를 하려고 하니 느낌이 달랐다. 분명 아이디어는 있는데, 코드를 어디부터 어디까지 수정해야 할지 막막하더라. 학교생활은 거의 제쳐두고 연구에만 온 신경을 쏟았는데, 잘 안되니까 순간적으로 ‘나에게 연구가 맞는 길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과정에서 배운 건 있지만 결과물이 안 나오니 허무함이 컸다.

취업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에 ‘NH투자증권’에서 인턴을 하면서 굳이 취업을 빨리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좋은 경험이기는 했다. CRM(고객 관리 시스템) 쪽으로 추천시스템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신사업부’에 배정됐을 땐 AI 스타트업과의 미팅 기회도 많았다. 그래도 회사 선배분들도 석사 받고 천천히 오라고 하는 걸 보면서 취업이 급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남들의 기대와 행복이 충돌할 때가 있었나.

항상 그런 순간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지원할 때도 부모님과의 트러블이 있었다. 신약 개발자를 하고 싶어서 과학고에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은 자사고를 추천해서 자사고에 진학했다. 또, 신약 개발자를 꿈꾸기 전엔 컴퓨터가 하고 싶었는데 주변의 반대로 진로를 틀었었다. 항상 내 행복보다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택을 했었지만, 지금은 결국 돌고 돌아 내가 원하던 행복을 좇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년 1학기까지만 해도 추천시스템 랩실 컨택까지 해놨는데, 요즘에는 쉬면서 AI 트렌드나 발전 상황을 보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추천시스템을 계속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미 대학원에 간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기는 ‘삼성전자‘를 들어가고 싶었는데 3D비전 등 자기 연구 분야 직무를 삼성전자에서 뽑지 않는다더라. 분야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연구자의 수명이 길지 않다 보니 연구원으로 계속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처음부터 데이터 엔지니어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사실 추천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는 리서치 직무가 많이 없기도 하고, 머신러닝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 면이 있어서 그게 결정되면 연구 분야가 확실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석사는 25년 3월 입학을 생각하고 있다.



쉴 시간이 생긴다면.

학창 시절을 전부 포스코 재단 학교에서 보낸 터라 항상 치열하게 살아왔다. 쉬면 불안한 마음이 자꾸만 생기고, 오히려 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사실 지금 놀러갈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웃음) 언제 놀러 갈 거냐고 물으면 대학원 입시 끝나고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건강, 휴식에 대한 생각이 늘긴 했다. 원래는 국내 학·석사에 박사를 해외로 가고 싶었는데, 건강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국내도 고려 중이다. 여행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좋아지는 중인 것 같다.



언제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나.

부서지고 다시 붙이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한 사람, 그게 어른스러워 보인다.

나역시 항상 멘탈이 깨졌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멘탈이 깨졌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종일 누워만 있는다. 그러다보니 할 일이 쌓여있는 상황에 놓이고, 결국 일을 하면 극복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는 불현듯 떠나고 싶어서 친구한테 연락해서 강릉을 간 적도 있다(웃음). 그렇게 서서히 회복이 되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할 일을 하고 그런다. 결국 번아웃과 극복의 반복이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뾰족하지만 담담하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