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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 다이브 Feb 20. 2024

진심이 이끄는 곳

Humans of daiv. 열네 번째 이야기: 이용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살기 위해서 누군가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 누군가는 내면적 성장이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혹자는 삶의 의미를 '진심'에서 찾는다. 그것이 일이든 취미이든 그 크기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저 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충분히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오늘은 줄곧 음악을 해왔고, 음악을 더 잘하고 싶어서 인공지능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용준을 만났다.


자기소개를 하자면.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재학 중이고 현재 다이브에서는 오디오 팀 멘토를 맡고 있다. 최근까지 랩 인턴을 하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출근을 안 하고 쉬고 있는 중이다. 아마 2월 한 달도 대부분 휴식하는 시간으로 보낼 것 같다.



인턴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우리 연구실은 특별히 과제가 있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뭔가를 하면 방법을 제안해 주신다든지, 문제점을 같이 봐주는 식으로 지도해주신다. 상당히 자율성이 강조되는 편이라 스스로 주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연구실에서는 주로 ‘음성 인식’ 분야를 연구했다. 텍스트와 음성이라는 다른 성질을 가진 두 개의 데이터가 융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한 태스크라고 생각한다.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 음성을 인식하는 게 생각보다 까다롭다. 대부분 비싼 모델이 아니면 처리하기 어려워서 경량화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같이 공부해 나가고 있다.


연구실 내의 세미나에서도 도움을 많이 얻었다. 보통 저랑 다른 학부 연구생분에다 석사 한 분 이렇게 진행한다. 박사분들은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으시지만, 지나가다 해주시는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얻어가는 게 많다. 단편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시는 거겠지만,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얻으신 인사이트들을 이런 식으로 배워가는 게 큰 메리트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꽤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를 쳤다. 너무 좋아해서 예고에 가고 싶어 하는 정도였다. 당시에 연습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 문득 하루에 8시간씩은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그냥 공부를 했다. 사실 더 어릴 때는 피아노로 예중을 가고 싶어 했는데, 그때도 하루 종일 피아노만 붙들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헤비메탈을 좋아했다(웃음). 여름만 되면 무조건 해골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고, 긴 머리 가발을 쓴 채로 타투 스티커도 붙이고, 열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다녔다. 건대에서 헤비메탈 공연을 봤는데, 앞에 있는 여성분의 머리가 흩날리는 게 너무 멋있어 보였다. 나도 저렇게 돼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공연하러 다녔다. 그 시절 영상을 누구한테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뭔가 하나에 푹 빠져봤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음악을 취미로만 하고 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노래를 듣고 분석하는 과정 자체에 흥미가 붙었다. 이 노래는 어떤 화성으로 작성됐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 특징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분석하는 게 너무 재밌다. 아직도 하루에 1시간 이상은 하는 것 같다. 노래를 듣고 피아노로 치면서 어떻게 쓰였는지 찬찬히 뜯어본다. 또, 피아노 노래를 녹음하는 것도 좋아한다. 1~2주에 1개 정도는 꼭 해서, 녹음한 것만 수십 개가 쌓여있다. 작업한 건 개인적으로만 소장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슬랙에 올릴 수도 있다(웃음).



인공지능은 어떻게 시작했나.

작곡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 노래를 완성하려면 매번 노래를 잘하는 싱어를 섭외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노래를 대신 해주는 누군가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TTS(Text-to-Speech)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는 ‘작곡’에 대한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싶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게 어렵지 않은 이유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글 쓰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작곡도 글 쓰기도, 창작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다. 어릴 때부터 작곡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작곡 이론을 잘 모르더라도, AI 기술을 통해 조금만 도와주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느껴지는 작곡을 취미로서 쉽게 다가갈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음악 말고 다른 취미도 있나.

게임도 좋아하고 주식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을 내면서 하는 편이지만, 막상 즐기진 못 한다. 머리를 식히는 취미보다는 뭐라도 성취할 수 있는 취미들이 잘 맞는 것 같다.


주식도 그런 점에서 좋아한다. 숫자에서 인문학적 의미를 찾아낸다는 게 매력적이다.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 사람들이 어떤 심리를 갖게 될지, 사회적으로 혹은 산업적으로는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분석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게임도 비슷하다. 보통 머리를 식히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하면서 열이 오르는 스타일이다.



본 전공인 통계학은 어떤가.

성향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일단 모든 강의에 팀플이 아예 없고, 무조건 교수님의 강의 100%로 이뤄진다는 점이 정말 좋다. 놀랍겠지만 사실이다(웃음).


비슷한 맥락에서 배움에 기대감이 생긴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 있더라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긍정적인 동기로 작용하는 것 같다. 통계학을 공부할 때 그런 순간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나는 건 1학년 때 처음 ‘적률(Moment)’을 들었을 때다. 당시에는 어떤 개념인지조차 몰랐지만, 동시에 고학년이 되면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나 궁금증들이 이 학문을 좋아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건 한정된 자원으로 모수(Parameter)를 설명한다는 점이다. 한정된 데이터, 한정된 표본으로 모수를 찾아나가는 불확실성이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이브 멘토를 하면서 느낀 점은.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느낀다. 기수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배경 하에서 한 발짝 성장을 도와준다는 점이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매번 사람들이 어떤 결과물을 가져올지 기대하는 일도 즐겁다. a를 가르쳤을 때 a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a를 배우면 b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팀 단위에서 시너지가 나면 a에서 c, d까지 만들어내는데 그런 것들을 보는 게 신기하다. 또, 팀 프로젝트이다 보니 사람들 간의 친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회식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것대로 기분이 좋다(웃음).


보람찬 만큼 고민되는 부분도 많다. 팀 내에서 수준이 다르고 아는 게 다르다. 같은 딥러닝이라고 해도 논문만 읽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 있고 코딩만 주로 했던 사람이 있다. 논문을 주로 읽었던 사람은 아무래도 최신의 모델들을 더 잘 알겠지만, 결국 구현하는 건 코딩을 주로 했던 사람들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춰서 알려줘야 할지, 그렇게 했을 때 받아들이는 지식의 차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사실 오디오라는 분야가 특수하다 보니, 컴퓨터 비전이나 자연어 처리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생각보다 발을 안 담가본 사람이 정말 많다. 그래서 앞서 말했던 문제들이 생길 확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결국 모두가 비슷한 선상에서 공부하게 되니 개인적으로 부담이 덜 하다. 그래서 더 오디오만의 특색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조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본인의 인생에 점수를 매긴다면.

200점이다. 뭔가 크게 성취해서는 아니고, 원래 자기 과신이 있는 편이다(웃음). 내가 어떤 길을 택했든 지금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로 200점이 아니더라도 200점을 매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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