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daiv. 스물한 번째 이야기: 박은주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본 적이 있는가? 상상만 하던 일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 본 적이 있는가? 멋져 보여서, 재미있어서, 우연한 계기로 생긴 목표들을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란 쉽지 않다.
올해 졸업하고 신촌을 막 떠난 박은주를 다시 신촌으로 불렀다. 수학을 전공해 AI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AI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하게 차곡차곡 준비해 왔다. 졸업 이후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부단히 준비하고 있는 박은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화여대에서 수학을 주전공으로 하고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했다. 올해 8월에 졸업 예정이라 바로 대학원을 준비 중이다. 세부 분야로는 멀티모달을 고려하고 있다.
요즘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올해 5월에 계약학과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했다. 대학원을 진학할 때 일반적으로 코딩테스트는 필요하지 않지만, 계약학과는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은 코딩 테스트를 공부하고 있다.
또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논문도 2-3일에 한 편씩은 읽고 있다. 논문 리뷰는 따로 안 하고 있다. 블로그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다. 그냥 필기하면서 읽고, 가끔 궁금한 게 있으면 찾아본 다음에 노션에 정리한다.
이제 막 교재를 주문해서 인적성도 조금씩 준비 중이다. PPT를 자유 형식으로 만들어서 자기를 표현하는 것도 있다. 토론 면접도 있어서 같이 준비하고 있다.
전공이 수학과다.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가 수학을 엄청 좋아하셔서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사칙연산을 하나씩 알려주셨다. 1-2학년 때 세 자릿수 덧셈도 했다(웃음). 이론적으로 알려준 게 아니라, 도구 같은 것을 활용하면서 수학을 하다 보니 재밌었다.
반대로 국어 과목을 하려고 하니까 내 생각을 적으라고 하더라. 내 생각이 뭔지 모르겠어서 무엇을 적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수학은 딱 답이 정해져 있으니 명쾌했다. 풀이 과정이 정해져 있기도 하지만, 거기서 내가 다르게 생각하면 또 풀이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점에서 수학에 매력을 느꼈다.
어렸을 때는 아는 직업이 많지 않다 보니까 선생님을 꿈꿨다. 그래서 경인교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수학 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당시에 수학을 잘하는 편이다 보니 친구들이 수학 문제를 질문했는데, 내 풀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 좀 쉽게 설명해야 하는데 어려웠나 보다. 그때 수학교육과 대신 수학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다. 다른 전공 중에 컴퓨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수학과에 가겠다고 하니 아직도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 고3 때 과학선생님 ‘수학과 가서 뭐 하고 살 거냐. 요즘 암호 분야가 뜨고 있으니 컴퓨터학과를 복수전공하라’고 조언해주셨다. 입학 전부터 컴퓨터 공학과를 복수 전공해야 되나 생각했다.
1학년 때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난 수학으로 먹고살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성적은 좋아서 복수전공할 수 있게 되면서 컴퓨터 공학을 택하게 됐다. 금융이나 핀테크 분야도 생각해서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으로 고민하기도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컴퓨터 공학이 제일 낫다고 조언해줬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학원을 희망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중학교 때 사촌언니가 대학원생이었다. 그때는 대학원생 개념을 잘 몰랐다. 사촌 언니 집에 놀러 가면 언니는 맨날 교수님 연구실에 있었다. 집에 있던 날에는 발표 연습한다고, 나를 앉혀두고 본인의 발표를 들어만 달라고 했다. 그때 흙과 미생물에 관해서 설명해줬는데 당시에 그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다.
대학원 이야기는 아닌데, 웹툰 중에 <치즈인더트랩>에서 대학생활 열심히 하는 여자 주인공이 교수님께 예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교수님께 예쁨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웃음).
면접 보러 갔을 때, 면접 지도해주던 언니도 대학원생이었다. 너무 긴장돼서 언니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때 수학과는 뭐 하고 지내냐고 물었다. 그 언니의 연구 분야는 해석학 증명 쪽이었는데, 1+1이 왜 2인지 아느냐고 질문하면서 설명해줬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언니는 다 알고 있으니까 멋져 보였다. 여러모로 대학원은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연구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하면서 연구 논문 찾아보는 게 재밌었다. 정말 피곤했지만 밤을 새더라도 할 정도로 재밌었다.
다이브에서 인공지능 내에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가장 하고 싶은 분야를 언제 알았나?
NLP는 너무 어려웠다. 특히 한국어를 처리하기가 많이 어려웠다. 또 비전 분야를 하자고 하니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그러다가 친구를 따라서 멀티모달을 접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당시에 CLIP 모델을 알게 됐는데, 사진과 함께 질문하면 그것을 다 대답해주는 게 신기했다. 특히 좋은 멘토 덕분에 쉽게 입문할 수 있었다.
투두메이트를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안다. 오늘의 투두는?
인적성 공부, 지금하고 있는 미팅, 알고리즘이다. 미팅 빼고는 내일도 똑같다(웃음).
투두메이트를 많이 하다 보니까 팔로워가 많아졌다. 재밌는 사연도 있는데, 어떤 일을 완료 표시하면 나를 팔로우하고 있는 친구에게 알림이 간다. 어느 날은 어떤 교수님께 대학원 연구실 컨택 메일을 보냈더니, 그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는 인턴분께 연락이 왔다. 지원하고 싶다고 했더니 팁을 많이 주면서, 교수님이 좋아하는 방향성을 알려줬다.
‘갓생’을 추구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갓생’은 무엇인가?
아침에 회의를 시작해서 저녁까지 열심히 일한 다음 집에 돌아가는 길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밤하늘을 볼 때 나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다고 느낀다. 다이브할 때나 졸업 프로젝트할 때 많이 느꼈다.
목표가 비교적 분명한 것 같다. 대학생 이전에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가장 노력해 본 것이 있다면?
무조건 좋은 대학교 가기가 목표였다. 어머니 친구들이 어머니께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친구들보다 더 좋은 학교를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 결국 만족할 만한 대학교를 왔다.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신다. 어머니 프로필에 내가 이화여대 과잠을 입은 사진이기도 했다(웃음).
조금만 더 공부를 열심히 할 걸 그랬나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때는 밤새는 게 싫어서 정해진 시간만 공부했는데 조금 더 했으면 더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었을까 싶다. 생활기록부에 활동을 채우는 것보다 교과 성적에 집중했는데 만약 더 준비를 많이 했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평소 상상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안다. 요즘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AI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보니, 그런 미래를 자주 꿈꾼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연구하는 상상을 한다. SNS에 들어가보면 뉴욕에서 멋진 광경을 촬영하면서 연구하는 걸 보면 나도 10년 뒤에 한국을 떠나 미국의 빅 테크 기업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영어 공부를 해서 TED와 같은 큰 무대에서 연설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