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희진 Nov 07. 2022

아비

양희진 개인전

2022, 아비, 112.1x145.5cm


저기 저 청주땅에 지 아비보다 더 독한 년 있어 성명은 진앤(進愛) 데 별명은 얼어죽은 심청이 소문이 자자하다. 품팔아 모은 재물, 이부자리에 끌어다놓고 들여다만 보는데 몸에는 부모 간 지 십칠 년 인데 춥긴들 매상 삼베 옷에 아이고 추워라 아이고 시려라 하면서 궁색하게 사니 애긍(哀矜)하는 인간 하나 없고 기가 막혀 다들 혀만 끌끌 찬다.

눈치 하나 빼먹은 인간 부귀는 극진하야 산호주렴 흔코 흔할 턴데 왜 그리 미련코 사냐 물어보오 보고 자란 게 이거뿐이 없는데 선친 똑닮은 나가 고두 누비 바짓가래, 굴갓 장삼만큼 지리해서 빨리 황천 길 가려고 그런다 하고 씨익 웃는 폼 제법 장관이다. 제 아비 싫어 얼음물에 풍당 빠뜨려 보냈다는 것이 참인가 싶게 섬찟함 따달딸딸 무섭다.


재물을 있는대로 끌어안고서도 한 톨이라도 남의 손에 들어갈까 덜덜 떠는 궁색한 노인네, 가진 거라곤 쌀밖에 없는 독불장군, 뺏어가는 이도 없는데 한겨울 곳간 앞을 지키다 미련하게 얼어뒤진 애비. 그렇게 가장 증오하는 이의 모습을 가장 혐오하고 닮아 진애 는 아버지와 달리 제 입에 모든 것을 넣으면서도 항상 춥고 그 마음이 채워 지지않아 행색이 아버지를 닮아간다. 그런 본인이 사무치게 싫으면서도, 아버지와 달리 제 손에 달린 사람은 자신 뿐인 것에 진애는 양껏 웃는다.

2022, 아비, 14.8x21cm

<상량문上樑文>(2021, 잇다 스페이스, 인천) <진애進愛 1【】64> (2021-2022, 마루아트 센터, 서울)에서 콜렉티브 소록으로써 보여줬던 불안하되 강직한, 시대를 마주하던 진애들과 달리 이번 양희진의 개인전에서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부모의 가장 원망했던 모습을 빼닮은 진애가 자리한다. 이번의 진애는 훨씬 더 직설적이며 명료 하다.  <아비>를 함께 기획하고 모델로서 참여하며 바란 것은 양희진 작가만이 가지는 한국다움과 임팩트에 모두가 더 몰입하는 것이다. 화려함을 입지 않은 이 진애는 비루하여 아름답다.

글 이서(소록)

작가의 이전글 누에귀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