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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진 Nov 12. 2022

설문대할망

물장오리에 그만 풍덩


큰 키를 자랑하고 싶은 설문대할망은 깊은 물마다 들어서서 자기의 키와 비교해 보았다. 어느 곳도 무릎을 넘는 곳이 없었는데 한라산 물장오리에 그만 풍덩 하고 거꾸로 빠져 죽은 곡절 이다.


22.12.16~23.1~11 문래아트필드 갤러리 전시

2022, digital printing, 59.4x84.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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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시에 다루었던 마고성의 마고할미는 단군에게 복종을 하였고, 삼척의 사악한 서구할미는 효자에게 굴복했다는 결말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 소외와 창조신의 지위를 남신에게 넘겨주고 산신으로 밀려나는 것은 복속되는 이야기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전설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집단의 시조신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민간신앙을 억압했던 조선시대 유교 이념 탓도 있을 것이다. 또한 18세기 장한철(張漢喆)이 지은 표해록(漂海錄)에 사람들이 한라산을 보고 살려달라며 비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당시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선마고(詵麻姑)이기도 하다. 선문대할망이 한자로 선마고로 표기된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같은 계열의 여신들임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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