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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Jun 26. 2024

그 방의 온도

음악 일기 / 도쿄 / 2018. 1. 25

그 방의 온도는 이상했다.
이불을 덮으면 더워서
이불을 걷어내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나는 눈을 껌뻑이며, 천장에서 밤이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나는 자다가도 영감처럼 그녀에 대한 애정이 마구마구 샘솟아서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를 퍼붓곤했는데
그럴 때마다 그녀의 뒷목덜미에서는 살구냄새가 났다.

어떤 날은 살구냄새만을 위해 

나는 여전히 습관처럼 

그녀의 뒷목덜미에 키스를 시도했는데,
살구냄새 대신 파마약 냄새가 포도넝쿨처럼 샘솟았다.
나는 그녀의 살냄새는 좋아했지만, 파마약 냄새는 도통 좋아지지 않았다.

세븐 일레븐 앞에는 자전거 위에 묘기처럼 쌓아올린 캔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나는 그를 캔이라고 불렀다.
캔은 캔을 쌓아놓고, 그 앞에서 캔 커피를 마시고 있다.
캔은 캔이 되고,
캔은 또 캔이 된다.


나는 종종 도시에서 마법을 관람한다.

일본에는 나고야라는 도시가 있다.
나는 그 도시를, 그 거리를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수많은 여자를 만났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와도 자지 않았다.
밤이 찾아오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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