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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little cabinet Sep 11. 2023

인천공항은 슬프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 공항은 설렘의 공간이다.

나 역시 그랬다.

기분 전환을 위해 드라이브를 하러 가곤 했다.

빠르게 달려 커피 한잔을 마시고 돌아오면

가슴이 좀 풀어지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공항은 슬프다.

표현이 어색한 아빠는

엄마와 인사를 나누는 나를 뒤에서 안았다.

우리 꼬마도 와락 웃으며 모두 다 하나로 껴안았다.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틈에서 울고 싶지 않아

감정을 누르고 누른다.

내가 울면 배웅을 나온 부모님이 더 걱정하실까

감정을 누르고 누른다.

나 하나 의지해 비행기를 타는 우리 꼬마가

혹여나 놀랠까, 슬플까.

감정을 누르고 누른다.  


최대한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본다.

그럴 때는 쇼핑만 한 게 없다.

필요 없지만, 이것저것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꼬마와 둘러보다 보면

비행기는 하늘을 날고, 이내 불이 꺼진다.


그때부터 감정이 쏟아져 나온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울다 잠든 아이를 어루만지며 운다.

아이가 속상해하니 더 대책이 없다. 슬퍼 운다.

우리는 각자를 위해 나름의 이유로

이런 삶을 선택했지만 과연 이게 맞나.  

는 선택이란 게 애초에 없지만.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는 알고, 누군가는 모르겠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당황이 느껴지지만

그것 보단 내 슬픔이 더 급하다.


해외살이 힘들지 않냐고

왜 들어오지 않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얼버부리며 답 없는 답을 해본다.

그리고 나도 나에게 다시 묻는다.

왜 이런 선택을 살아내고 있는지.  


한국에 방문은 매번 신기한 감정을 불러온다.

며칠은 ‘아, 한국이 정말 좋구나’ 싶다가,

며칠 지나고 나면 ‘아,  못 살겠다’ 싶다가

엄마아빠 곁이 너무 좋다가, 또 너무 답답했다가.


슬픔이 잠잠해질 때쯤이면

다시 일상이 몰아친다.

이제부터는 또 다시 혼자다.

너무나 얄궂게 우리가 런던으로 돌아오는 날

신랑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러기지 4개에 아이까지 모두 내 책임이다.

런던에 들어오자마자 택시기사 아저씨가

내 운행을 캔슬했다.

격렬하게 환영해 주는구나.


따듯하게 안아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이웃들을 만났다.

아이의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일들이 몰아친다.


슬픔은 지나갔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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