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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little cabinet Nov 13. 2023

모으는데 진심인 사람들

Sir John Soane’s Museum

이곳을 표현하자면… ‘겉으로 봐서는 조용하고 참한데 속으로 단단하고 옹골찬 사람’ 같다.  겉으로 봐서는 그냥 영국의 평범한 집들 중 하나 같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법같이 18세기 그 시대로 돌아간다. 그냥 그 시기의 것들을 잘 모아놓아서가 아니다. 정말 그 시대 그대로를 '박.제' 해버렸기 때문이다.

Sir John Soane은 건축가이다. 대표작으로는 ‘Bank of England’,  ‘Pitzhanger Manor & Gallery’, ‘Royal Hospital Chelsea’ 등이 있다. 건물의 이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엄청난 건물들을 지었다. 그야말로 그 시대를 주름잡고 찜 쪄먹었던 건축가라 할 수 있겠다.


Sir John Soane은 George Dance the Younger라는 건축가의 밑에서 15세부터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George Dance가 Royal Academy 건축과의 창립 멤버가 되면서 Soane은 자연스럽게 Royal Academy에 입학했다. (역시 선생님 복이 있어야 한다. 이끌어주는 좋은 스승을 만나는 건 참 행운이다.) 물론 엄청난 재능을 겸비했다는 전제하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각을 나타내고 학교에서 주는 메달을 하나둘 섭렵해 나가다가!  Royal Academy Gold Medal을 수상하게 되는데 부상으로 무려 Grand  Tour(그시절 유행했던 세계여행)를 갈 수 있는 자금을 후원받게 되고 2년 동안 이태리, 시칠리, 몰타 등을 여행하게 된다. 18세기의 Grand  Tour는 참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등장한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 쿨럭) 이후에 RA 건축과 교수가 되었다.

그는 이후에 Holborn에 위치한 집 3채를 구입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일을 하면서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건축적인 실험과 연구, 수집하며 모은 것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 그는 죽기 직전 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도록 지정해 놓는다. 그리고 이 공간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곳의 모든 것들은 그가 죽고 난 이후, 180년 전 그 시간 그대로에 멈춰있다.

뭐 입구부터 하나하나 구경해야 할 것들 투성이지만! 특히, Breakfast Room은 자신의 건축적 아이디어를 모두 실현시킨 공간이다. 돔 구조, 자연채광, 색의 조화, 거울 등 장식에 장식을 더하고 그 위에 장식을 쌓은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꼭 천장을 올려다봐야 한다.

그 시절 그의 관심은 르네상스 전통 건축양식에 집중해 있었다.  이 공간은 건축학과 학생들의 연구 공간, 자신의 회사의 직원들의 오피스 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레퍼런스를 모으고 연구했다. 그래서 캐스팅된(본떠 만든 복제품) 건축 기둥, 양식, 장식의 볼 수 있고, 라파엘, 미켈란 젤로의 조각상 등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Picture Room이다. 이 시각 정시가 되면, 흰 장갑을 낀 미술관 직원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법처럼 벽장을 하나씩 열어준다. 벽에는 영국 풍속화가 William Hogarth(한국으로 치면 김홍도, 신윤복 정도의 화가이다. 그 시대 영국 사람들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그림으로 유명하다)의 작업이 차곡차곡 걸려있다. 그야말로 차곡차곡 겹겹이 쌓여있다. 문을 하나 열면 또 문이 열리고 또 문이 열리면서 벽 전체가 열리는 마법이 펼쳐진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란. 많은 그림을 걸고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18세기 스타일의 미술관 수장고라 할 수 있다! British Museum의 Enlightenment 갤러리와 함께 개인 컬렉션, Cabinet  좋은 예. (British Museum과 정말 가깝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 더러 한국책에 소개되고 있다. 좋다고 슬슬 소문날 것 같은 느낌. 붐비기 전에 꼭 가보세요!)


내가 했던 공부가 의미 없게 느껴지던 시간이 있었다.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 느끼고,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신선놀음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고, 삶을 꾸리고, 아이를 기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예술은 나의 삶 가장 중심에 있다. 나만의 취향을 알고, 그것을 찾아 즐기고 아낄 수 있는 나의 능력이 값지다 느낀다. 그리고 이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이 건축가 아저씨처럼. (근데 돈이 없네 ㅋㅋ) 누군가도 나처럼 이 공간에서 이런 마음을 찾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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