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 little cabinet Nov 13. 2023

모으는데 진심인 사람들

Sir John Soane’s Museum

이곳을 표현하자면… ‘겉으로 봐서는 조용하고 참한데 속으로 단단하고 옹골찬 사람’ 같다.  겉으로 봐서는 그냥 영국의 평범한 집들 중 하나 같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법같이 18세기 그 시대로 돌아간다. 그냥 그 시기의 것들을 잘 모아놓아서가 아니다. 정말 그 시대 그대로를 '박.제' 해버렸기 때문이다.

Sir John Soane은 건축가이다. 대표작으로는 ‘Bank of England’,  ‘Pitzhanger Manor & Gallery’, ‘Royal Hospital Chelsea’ 등이 있다. 건물의 이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엄청난 건물들을 지었다. 그야말로 그 시대를 주름잡고 찜 쪄먹었던 건축가라 할 수 있겠다.


Sir John Soane은 George Dance the Younger라는 건축가의 밑에서 15세부터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George Dance가 Royal Academy 건축과의 창립 멤버가 되면서 Soane은 자연스럽게 Royal Academy에 입학했다. (역시 선생님 복이 있어야 한다. 이끌어주는 좋은 스승을 만나는 건 참 행운이다.) 물론 엄청난 재능을 겸비했다는 전제하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각을 나타내고 학교에서 주는 메달을 하나둘 섭렵해 나가다가!  Royal Academy Gold Medal을 수상하게 되는데 부상으로 무려 Grand  Tour(그시절 유행했던 세계여행)를 갈 수 있는 자금을 후원받게 되고 2년 동안 이태리, 시칠리, 몰타 등을 여행하게 된다. 18세기의 Grand  Tour는 참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등장한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 쿨럭) 이후에 RA 건축과 교수가 되었다.

그는 이후에 Holborn에 위치한 집 3채를 구입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일을 하면서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건축적인 실험과 연구, 수집하며 모은 것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 그는 죽기 직전 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도록 지정해 놓는다. 그리고 이 공간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곳의 모든 것들은 그가 죽고 난 이후, 180년 전 그 시간 그대로에 멈춰있다.

뭐 입구부터 하나하나 구경해야 할 것들 투성이지만! 특히, Breakfast Room은 자신의 건축적 아이디어를 모두 실현시킨 공간이다. 돔 구조, 자연채광, 색의 조화, 거울 등 장식에 장식을 더하고 그 위에 장식을 쌓은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꼭 천장을 올려다봐야 한다.

그 시절 그의 관심은 르네상스 전통 건축양식에 집중해 있었다.  이 공간은 건축학과 학생들의 연구 공간, 자신의 회사의 직원들의 오피스 공간으로 사용했던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레퍼런스를 모으고 연구했다. 그래서 캐스팅된(본떠 만든 복제품) 건축 기둥, 양식, 장식의 볼 수 있고, 라파엘, 미켈란 젤로의 조각상 등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Picture Room이다. 이 시각 정시가 되면, 흰 장갑을 낀 미술관 직원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법처럼 벽장을 하나씩 열어준다. 벽에는 영국 풍속화가 William Hogarth(한국으로 치면 김홍도, 신윤복 정도의 화가이다. 그 시대 영국 사람들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는 그림으로 유명하다)의 작업이 차곡차곡 걸려있다. 그야말로 차곡차곡 겹겹이 쌓여있다. 문을 하나 열면 또 문이 열리고 또 문이 열리면서 벽 전체가 열리는 마법이 펼쳐진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란. 많은 그림을 걸고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18세기 스타일의 미술관 수장고라 할 수 있다! British Museum의 Enlightenment 갤러리와 함께 개인 컬렉션, Cabinet  좋은 예. (British Museum과 정말 가깝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 더러 한국책에 소개되고 있다. 좋다고 슬슬 소문날 것 같은 느낌. 붐비기 전에 꼭 가보세요!)


내가 했던 공부가 의미 없게 느껴지던 시간이 있었다.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 느끼고,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신선놀음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고, 삶을 꾸리고, 아이를 기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예술은 나의 삶 가장 중심에 있다. 나만의 취향을 알고, 그것을 찾아 즐기고 아낄 수 있는 나의 능력이 값지다 느낀다. 그리고 이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 이 건축가 아저씨처럼. (근데 돈이 없네 ㅋㅋ) 누군가도 나처럼 이 공간에서 이런 마음을 찾길!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차곡차곡, 오래오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