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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안 Feb 09. 2024

아주 작은 친절의 힘


친정집 이삿날 국룰대로 점심은 중국집으로 향했다.

조금은 구석진 곳에 있었지만 입구부터 뭔가 안정된 분위기에 마음이 놓였다.


엄마 단 둘이었다.

우리 둘이 다니면 문제점이 하나 있다

둘 다 양이 너무 적다는 거다.

각자 음식을 시키긴 하지만 많이 남기는 편이다.

중국집에서는 짜장면+탕수육, 짬뽕+탕수육을

시켜야 제맛인데

보통은 짜장 2+탕수육 이런 식으로 시키기 때문에 메뉴를 2개 시키는 것임에도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짬뽕 하나랑 탕수육 소자 하나 주세요."

미안할 일은 아닌데 주문하기 조금 미안하다.

" 짬뽕은 두 개로 나눠 드릴까요? "

순간 깜짝 놀랐다. 짬뽕 하나를 두 그릇에 나눠 담아주는 곳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 네, 그럼 너무 감사하죠."

그 작은 친절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그리고 마음도 편해졌다.

어느 중국집에서 한 그릇을 선뜻 나눠 담아 주겠다고 하겠는가. 한 그릇이요?라고 되묻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주문할 때면

혼자 주눅이 들고 의기소침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이런 단비와 같은 친절을 만나면 참으로 기쁘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보니 탕수육이 반 이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또 속으로 소심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음식이 아까운데 이걸 포장해 달라고 할까? "


엄마에 에 조심스레 물었다.

 " 이거 포장하면 욕먹으려나?"


엄마는 이내

" 여기 포장 좀 부탁드려요."라고 말했다.


점원은 이내 달려와서 한마디 한다.

" 어머 우리 탕수육 미니도 있는데 그거 시키시지."


" 아 그래요?" 메뉴를 제대로 정독 못했네요.

다음에는 그걸로 시킬게요."

" 우리 집은 짜장도 미니 칠리새우도 미니가 있어요."

우리 같은 소식좌들에게

미니메뉴는 마음이 편해지는 메뉴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탕수육을 나눠 먹으려 꺼냈다.



신랑이 한 젓가락 먹어보더니 맛이 없다고 투덜거린다.

" 어? 분명 아까 먹을 때는 맛있었는데.."

다시 먹어보니 많이 밍밍하긴 하다.


점심에 중국집에서 먹은 탕수육은 친절의 맛이었다.

설령 다른 곳보다 맛이 없다 할지라도

나는 종종 그곳을 갈 거다.


미니 짜장과 미니 탕수육을 먹을 수 있고

점원의 친절하고 마음 편한 미소와 말투가 좋기 때문이다. 작은 친절은 힘이 있다.


비즈니스 잡지에서 본 내용인데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가 웃음을 짓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더 많은 팁을 낸다고 한다.


내가 베푼 친절이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한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다.

요즘같이 각박한 시대에 가벼운 웃음과 인사로 타인의 기분을 좋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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