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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안 Jan 03. 2024

최소한의 생존


" 나가서 뭐라도 먹고 올까? "


뭔가 달콤한게 먹고 싶어서 신랑에게 물었다.

신랑은 미얀하다는 듯 대답한다.


" 그냥 먹지 말자. "


나 또한 굳이 나가고자 하지 않는다.

"그래"

우리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소한의 생존을 한다.


의도치 않게 점점 내향인이 되고 있다.

집 앞에 장 보러 나가는 것도 큰 결심을 요구한다.

나는 몸이 아프고 나서부터

신랑은 야간택배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더더 욱 이렇게 되었다.


자고 나면 밥 먹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신랑

자고 나면 축 쳐진 미역처럼

한참을 앉아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나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

집안일하는 에너지

모두 적절히 계산해 놓지 않으면

금방 방전이 된다.


어쩌다 이렇게 최소한의 생존을 하게 된 걸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계를 위해 살아가다 보니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가

고갈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어릴 적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빠들이 주말에는 죽어도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이유다.


30대 후반을 직접 겪어보니

일하는 걸 제외하고는 주중에 밖으로 나가는 것도 힘들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싶다.

몇 년 전 용하다는 강원도 속초 한의원을 갔을 때

한의사가 맥을 짚으며

" 노인의 세계를 다 껶으셨어."

라고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간다.


어르신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기운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 것도

기운이 없어서 나가지 못하는 것도

이해하게 된 지 오래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생존해야 하는 삶

서글프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라도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사실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모르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의사들은 절대 운동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도 어느 정도 기력이 있는 사람이 하는 거란다.


" 입원에 준하는 생활을 해라."

" 운동보다는 동네산책 정도가 적당하다."

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타고나기를 저질체력에 과민성대장을 타고난 것도 있고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오래 앓다 보니

에너지 고갈속도가 무척 빠르다.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옆을 돌아보며 느끼는 건  

신랑도 최소한의 생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각박한 세상을 제대로 사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돈도 에너지도 넘쳐서 놀러 다니면서

최대한으로 즐기면서 사는 삶을 살고 싶지만


돈도 에너지도 아껴가면서

최소한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

어쩌면 그리 유쾌한 일도

추구하는 삶도 아니다.



한가지 배우는 것이 있다면 삶의 겸손함 정도랄까.


컨디션이 좋은 날

소화가 잘되는 날

움직여도 별로 피곤하지 않은 날

정말 행복하고 기분이 좋으니까.



해외여행을 하지 않아도

풀빌라를 잡아서 신나게 놀지 않아도

일상에 만족하게 된다.

(사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가는 저질 체력이지만...)


물론 자기 위로를 하며 구질구질하게 사는 건 싫다.

그저 에너지가 채워지고

삶이 신명 나게 느껴질 때 좋은 것일뿐...


사람을 만나는 것 조차 큰 마음을 먹어야 하기에

친구도 끊어진지 오래다.


하소연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글을 쓰는 것 뿐이다.

내 감정을 쏟아내고

한 번씩 글을 쓰면서 울컥한다.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하다 보면

최대한의 행복을 만끽하는 날도 올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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