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지안 Nov 02. 2023

인간, 무력하지만 강한 존재


세월 앞에, 자연 앞에 어찌 보면 인간은 무력하다. 

죽음 앞에, 예상치 못한 일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인간은 강하다. 

인간은 무력하지만 강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에 대해 궁금해할 때 인간에게는 

숨겨져 있던 강한 힘이 나온다고 한다. 

강한 존재가 된다는 건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될 때가 아닐까?



1. 살아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는 뭘까?

태어났기 때문에 사는 걸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세상은 있었고

많은 존재들이 있었을 텐데

난 내가 살았던 순간밖에 모른다. 


내가 모르는 광활한 시간들을 생각하면 

공포가 밀려올 정도다.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찰나를 사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 일 텐데

그런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뭘까. 


아니 그렇게 잠깐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삶의 더 강한 애착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성공을 향해 자기 계발을 하고

열심히 돈을 벌다가도

허무가 몰려오는 순간들이 꽤 자주 있다. 


그럴 때는 어김없이 삶의 이유를 다시 묻곤 한다.

"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어쩌면 오랜 우울증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삶은 느끼는 자의 것이다. 


살아야 할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하나로 단정 지어서 설명하기보다는 

순간순간 느끼는 것들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느꼈던 상쾌한 공기 

오랜만에 친구랑 대화하면서 느껸던 기쁨 

그런 느낌과 감정이 모여 나를 만든다.


물론 기분이 나쁜 날도 있고 

불쾌한 일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 또한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아이를 낳고 몇 달이 지났을 무렵 

한참 공황장애가 심했을 때가 있었다. 

신랑과 잠깐 백화점에 나갔다가 

의류매장에서 갑작스럽게 공포가 찾아온 것이다.


" 난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 중간에 있구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붕 뜬것 같은 느낌 

내가 이 땅에 발붙이고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급히 그곳을 빠져나와 평온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이렇게 나와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건강하게 자기 

삶의 한 부분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걸 온전히 느낄지 모르겠지만. 


강한 공포를 지속적으로 체험하면서 

역설적으로 강하게 삶의 의지를 확인하곤 했다. 


그리고 더욱 일상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발달하게 되었다.


두려움과 공포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더 온전히 누리고 싶었으니까. 


2.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걸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살아남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살아남는다는 건 뭘까? 

직장에서 잘 버티는 것? 

힘들일이 있어도 살아가는 것?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듯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다르다. 


누군가는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하지만

버티든 포기하든  그 속에서 

나의 존재의 이유를 확인했다면 강해진다.


오늘을 살아냈다면 

오늘의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기억으로 

기록으로 

추억으로 


유튜브를 보다가 강하게 뇌리에 남는 

문구가 있었다. 


" 살아가라, 그뿐이다. " 

그 썸네일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말들이 압축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의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큰일 일 수 있다.

삶의 무게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모양과 무게가 이떻든 

모두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만들어 간다. 



3. 무력하지만 강한 존재 


아이가 5살이 되면서 이런저런 질문들을 많이 한다. 

" 엄마 내 몸속에는 뭐가 들어있어? " 

" 내가 언니 되고 학생 되고 그다음에 어떻게 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성장의 과정 

노화의 과정? 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 기분이 이상하다. 


" 내가 어른 되면 엄마는 어떻게 돼? "

" 엄마는 나이 들면 할머니 돼지."

" 할머니 다음에는 뭐가 돼?"

" 음... 할머니 다음은.."

죽는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번은 이런 질문을 했다.

" 엄마 몸속에는 왜 피가 들어있어? " 

라는 질문을 하는데 대답해 주기가 좀 난감했다.

그러게 왜 피가 들어있을까.... 

당연한 건데..


" 피가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어. 산소랑 

영양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거든. "

어려운 대답을 하고 말았다. 


" 엄마 피가 없으면 어떻게 돼? "

" 깨꼬닥 하고 죽지" 

난 그냥 정직하게 대답했지만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이는 죽는다는 걸 모르겠지만

인간은 그런 존재다. 

나이 들면 병들어 버리고 죽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늙고 병들고 

죽는 존재지만 

그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는 존재니까.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 

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존재는 충분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잘못된 신념과 믿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