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무력하지만 강한 존재

by 최지안


세월 앞에, 자연 앞에 어찌 보면 인간은 무력하다.

죽음 앞에, 예상치 못한 일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인간은 강하다.

인간은 무력하지만 강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에 대해 궁금해할 때 인간에게는

숨겨져 있던 강한 힘이 나온다고 한다.

강한 존재가 된다는 건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될 때가 아닐까?



1. 살아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는 뭘까?

태어났기 때문에 사는 걸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세상은 있었고

많은 존재들이 있었을 텐데

난 내가 살았던 순간밖에 모른다.


내가 모르는 광활한 시간들을 생각하면

공포가 밀려올 정도다.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찰나를 사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 일 텐데

그런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뭘까.


아니 그렇게 잠깐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삶의 더 강한 애착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성공을 향해 자기 계발을 하고

열심히 돈을 벌다가도

허무가 몰려오는 순간들이 꽤 자주 있다.


그럴 때는 어김없이 삶의 이유를 다시 묻곤 한다.

"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어쩌면 오랜 우울증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삶은 느끼는 자의 것이다.


살아야 할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하나로 단정 지어서 설명하기보다는

순간순간 느끼는 것들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느꼈던 상쾌한 공기

오랜만에 친구랑 대화하면서 느껸던 기쁨

그런 느낌과 감정이 모여 나를 만든다.


물론 기분이 나쁜 날도 있고

불쾌한 일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 또한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아이를 낳고 몇 달이 지났을 무렵

한참 공황장애가 심했을 때가 있었다.

신랑과 잠깐 백화점에 나갔다가

의류매장에서 갑작스럽게 공포가 찾아온 것이다.


" 난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 중간에 있구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붕 뜬것 같은 느낌

내가 이 땅에 발붙이고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급히 그곳을 빠져나와 평온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이렇게 나와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건강하게 자기

삶의 한 부분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걸 온전히 느낄지 모르겠지만.


강한 공포를 지속적으로 체험하면서

역설적으로 강하게 삶의 의지를 확인하곤 했다.


그리고 더욱 일상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발달하게 되었다.


두려움과 공포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더 온전히 누리고 싶었으니까.


2.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걸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살아남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살아남는다는 건 뭘까?

직장에서 잘 버티는 것?

힘들일이 있어도 살아가는 것?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듯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다르다.


누군가는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하지만

버티든 포기하든 그 속에서

나의 존재의 이유를 확인했다면 강해진다.


오늘을 살아냈다면

오늘의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기억으로

기록으로

추억으로


유튜브를 보다가 강하게 뇌리에 남는

문구가 있었다.


" 살아가라, 그뿐이다. "

그 썸네일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말들이 압축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의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큰일 일 수 있다.

삶의 무게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모양과 무게가 이떻든

모두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만들어 간다.



3. 무력하지만 강한 존재


아이가 5살이 되면서 이런저런 질문들을 많이 한다.

" 엄마 내 몸속에는 뭐가 들어있어? "

" 내가 언니 되고 학생 되고 그다음에 어떻게 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성장의 과정

노화의 과정? 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 기분이 이상하다.


" 내가 어른 되면 엄마는 어떻게 돼? "

" 엄마는 나이 들면 할머니 돼지."

" 할머니 다음에는 뭐가 돼?"

" 음... 할머니 다음은.."

죽는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번은 이런 질문을 했다.

" 엄마 몸속에는 왜 피가 들어있어? "

라는 질문을 하는데 대답해 주기가 좀 난감했다.

그러게 왜 피가 들어있을까....

당연한 건데..


" 피가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어. 산소랑

영양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거든. "

어려운 대답을 하고 말았다.


" 엄마 피가 없으면 어떻게 돼? "

" 깨꼬닥 하고 죽지"

난 그냥 정직하게 대답했지만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이는 죽는다는 걸 모르겠지만

인간은 그런 존재다.

나이 들면 병들어 버리고 죽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늙고 병들고

죽는 존재지만

그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는 존재니까.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

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존재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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