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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erry Nov 29. 2023

바가지

상술은 그만!

지금에서야 여러 축제들 사이서 '바가지요금'논란이 일지만

돌이켜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축제의 장 속에는 늘 '바가지 상술'은 만연해 있었다.


내가 인생 첫 바가지는 초등시절 3천 원짜리 핫도그였다.


당시, 이제 막 10살이 되던 나는 할머니와 같이 등산을 마치고 하산하던 중이었다.

땀도 많이 흘리고 배도 고프던 중, 하산길에 맞이한 도처에 깔린 노점상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결국 나는 할머니 몰래 뒷걸음치곤 노점상으로 옆 길을 샜다. 노점상 앞에 서자마자 온갖 음식들이 제각기 냄새를 풍기며 나를 반겼다. 한쪽엔 번데기와 고동이 산처럼 쌓여 김을 모락모락 풍기고 있었고, 그 옆으로 기름냄새 잔뜩 풍기는 소시지, 어묵 바, 핫도그, 닭꼬치 등을 팔고 있었다. 그중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는 건 핫도그라 생각하여 맞은편 점주 아저씨에게 “핫도그 하나만 주세요”라고 말하니, 가판에 놓여있던 핫도그를 튀김기에 한 번 더 튀겨주신 후 그 위로 케첩을 뿌린 뒤 건네주신다. 얼마냐고 묻는 나에게 아저씨는 손가락 세 개를 새우며 “3천 원”이라 말한다. 가격을 듣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너무 비쌌다. 지금이야 그럭저럭 수긍 가능한 금액이지만, 당시, 새우깡이 300원, 콘칩이 200원, 구구콘이 500원 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고작 핫도그 하나에 3천 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아저씨는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곤 빨리 돈을 달라며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주머니에 있던 5천 원 한 장을 꺼내 아저씨에게 건넸다. 나머지 거스름돈과 핫도그를 받곤 뚱한 얼굴로 노점을 나와 할머니 뒤를 따르기 위해 총총걸음으로 길을 내려갔다. 


왠지 손에 들린 핫도그가 함부로 입에 들어가질 않았다.

입에 넣을까 하다가도 이 '비싼걸' 나 혼자 먹는 건 아니다 싶어 할머니 옆으로 바짝 붙고는 먼저 드시라며 핫도그를 건네드렸다. 할머니는 손주 손에 들린 핫도그에 이게 웬 거냐라는 표정을 지으시곤 곧바로 고맙다 하시며 한입 베어 무신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나도 곧 핫도그를 배어 물었다. 그래도 여전히 머릿속은 3천 원이 맴돌며 그 어린 마음에도 사기당한 듯한 분한 감정에 속으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당시 내가 갖고 싶어 하던 BB 탄 총이 5천 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다양한 지역 축제를 다니며 많은 노점 음식들을 접했지만, 그때마다 어른들 어깨너머로 들려오던 음식들의 가격은 나에겐 어른들의 환상을 키워주는 역할마저 했었다.


‘그래, 역시 어른들은 돈이 많아! 돈이 많으니까 저런 별것 아닌 음식에도 저렇게 큰돈을 주고 주문할 수 있지!’ 



그리고 나에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바가지요금들이 있으니

95년도 이전 기준으로


핫도그 3천 원

솜사탕 2천 원

콜라 한 캔 2천 원

파전 5천 원

양이 정말 얼마 안 되는 가락국수 3천 원

라면 한 그릇 3천 원

김밥 한 줄 2천 원

.

.

.

(앞서 말했듯 새우깡이 200원이던 시절)  


이렇다 보니 오늘날에서야 세간에 노점상에서 파는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는 논란에, 이미 훨씬 전부터 팽배한 바가지 상술을 경험한 나로선 ‘이제 와서?’라는 반응이 먼저 앞선다. 

예전 ‘1박 2일’ 프로에서 한 노점이 ‘옛날 과자’ 한 봉지를 7만 원에 팔던 장면이 논란이 됐었다.

그 장면을 보곤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분개했지만, 다른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눈앞에 그렇게 많은 카메라들과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스스럼없이 부르는 점주의 언행에 있었다. 저런‘비상식’의 행태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으면 저리도 뻔뻔하고 자연스럽게 가격을 책정한단 말인가.


분명 그 점주도 자신이 부르는 가격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가격을 부르는 건, 어쨌든 팔리기 때문에 그 가격을 부르는 것이리라 본다. 그러니 저리도 뻔뻔하게 상식에서 벗어난 가격을 스스로가 책정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우리 같은 소비자가 부당한 가격 앞서 어느 정도 지갑을 닫을 줄도 아는 지혜가 이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저런 바가지 상술에 놀아나질 않고, 나아가 근절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요즘은 정보를 주고받는 플랫폼의 발달로 조금이라도 바가지 행태가 보인다 싶으면 곧바로 수백, 수천 나아가 수십만 사람들이 ’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다. 그러니 함부로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를 보였다간 곧바로 역풍을 맞이할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한몫 잡아 장사해야지만 1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한몫 잡아 장사했다간 1년도 못 버틸 거라고.


이제 사람들은 똑똑해졌고 합리적인 소비를 도모한다.

그러니, 과거의 잔재를 아직까지 끌고 와 주먹구구식의 장사를 해놓고 벌이가 안된다고 한다면 

일찌감치 장사를 접거나 뼈를 깎는 변화를 추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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