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나미 Mar 30. 2024

워킹맘의 나태지옥 벗어나기

갓생을 살고 싶지만 나태해져 가는 워킹맘

아침 6:47

현관문을 조용히 열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푸른빛이 도는 하늘을 바라보며 출근을 했다


바지 주머니에 한쪽 손을 찔러 넣고 터덜터덜 걸었다.

“하.. 가기 싫다”


최근 들어 숨 쉬듯 내뱉는 말이다.


의욕 넘치게 부서이동까지 하며 바쁘게 살아왔는데 의욕만 넘쳤는지 난 지쳐버렸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영혼 없이 걷다가 나무에 핀 꽃을 발견했다.


자연스레 사진을 찍다가 “뭐야, 왜 찍고 있지?”라며 멈칫했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꽃사진을 찍는 다는데 이렇게 또 내 나이를 체감했다.

새벽시간인데 아파트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까지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

 

나만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한다고 투덜거렸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스쳐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지하철에 올랐다


이른 아침인데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등교를 위해 꾸벅꾸벅 졸면서 앉아 있는 학생들과 출근을 위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가롭게 사람 구경을 하다가 오늘은 출근 전에 아침 루틴을 하지 못 한 것이 죄책감처럼 밀려왔다

꼭 오늘 하루가 망가져버린 기분마저 들었다.

어제 주방청소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 한 내가 미워졌다.

계획대로! 루틴대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며칠 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틈만 나면 누워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갓생을 살아야 하는데... 루틴대로 움직여야 하루가 완벽한데...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데'

계획한 대로 하루가 시작되지 못하면 그날 하루가 망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나간 오늘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생의 모토가 계획에 집착하는 나를 만든 것 같다.


스멀스멀 우울감마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벌써 며칠 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우울증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마저 들었다.

산후우울증으로 호되게 힘들었던 작년이 떠오르면서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편의점으로 갔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당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편의점 커피를 끊고 있었는데... 일단 오늘은 달달한 편의점 커피 한잔을 하면서 내 마음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기에!!

지하철에서 내려 편의점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여기저기 벚꽃이 꽤 많이 펴 있었다.


 


아이와 남편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현관문 열기에 성공했고,

재밌게 사람들 구경을 하면서 나만 아침부터 부지런한 게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었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며 온전히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고,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2000원의 여유를 가졌고,

출근길에 예쁘게 펴 있는 벚꽃도 구경했으니

이게 바로 갓생이지 갓생이 별거냐~



퇴근길,,, 버스를 타고 창밖을 구경하다가  집에 가서 뭘 할지 계획을 또 세워봤다.

아침에 하지 못한 나의 루틴을 포함하여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까지 찬찬히 다시 계획을 잡았다.


집에 도착도 하기 전이지만 계획을 다시 세우며 "아침에 못 한 것은 저녁에 하면 된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니 벌써 아드레날린이 뿜뿜 하는 느낌~



매일 특별한 활동을 하면서 전날 세운 계획을 다음날 온전히 수행하고, 생산적인 행동을 해야만 갓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열심히 살면 그게 나만의 갓생이지!


며칠 전부터 나태지옥에 빠져 허우적대던 워킹맘.... 위기는 곧 기회라는 긍정파워로 나태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나만의 갓생 개념까지 만들었으니 나태지옥에 빠져 있던 지난 며칠은 뜻깊은 날들이었다.


워킹맘의 워킹지옥 탈출기 끝!



매거진의 이전글 교대 근무 하는 워킹맘의 루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