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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미 May 15. 2024

그 녀석을 만난 워킹맘

가면놀이와 우울증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뇌가 정지 된 것 같이 머리가 멍해질 때도 잦아졌다


늘 같은 방식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언제나 맥 소바 섀도우를 바르고 누드 톤의 립글로즈를 바르고 얇은 아이라인을 하나 그리면 나의 화장은 끝이 난다


화려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고 무난한 옷을 골라 입고 출근을 한다


세상은 봄이 와서 붉게 노랗게 물들었다가 이제는 여름이라며 초록색 옷을 갈아 입었는데 나는 여전히 무채색이다


출근 길에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거나 또는 나의 글을 쓰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들어서기 전 미소를 장착 후 “안녕하세요”라고 최대한 텐션을 올려 인사를 한다


지금부터 나의 가면놀이가 시작된다


무표정으로 일을 하다가도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최대한 리액션을 하며 그 대화에 참여한다


상사의 농담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회사 복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과도 웃으며 소소한 농담을 한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여러개의 가면을 쓰다가 집으로 들어 가기 전 또 다른 가면을 쓴다


“ㅇㅇ아 엄마 왔어” 내 목소리에 저 멀리서 뛰어 오는 아이에게 밝은 미소를 장착하고 있는 힘껏 안아준다


그렇게 아이를 재우고 나면 나의 가면놀이는 끝이난다


사회생활로 어려움을 겪다가 어느덧 9년차가 되었다

더이상 사람때문에 힘들고 싶지않다

더이상 사람들 입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그냥 둥글게 지내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9년차가 된 지금 나는 여러개의 가면을 바꾸어 가며 열심히 가면놀이 중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모습이 나의 모습인지 이게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졌다


그리고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 녀석이 찾아왔다


내 안에서 작게 움츠리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점점 내 안에서 부풀어 버린 우울증이라는 그녀석이...


하.. 이번에는 또 어떻게 이 녀석을 쫓아 내야할까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내 머릿속은 백지이다

나의 머리는 생각하기를 멈춘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할 것 같다


하하.. 그래 오히려 좋아 워킹맘이 되어도 사회생활은 여전히 어렵고  우울증 올 수 있다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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