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을 살고 싶지만 나태해져 가는 워킹맘
아침 6:47
현관문을 조용히 열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푸른빛이 도는 하늘을 바라보며 출근을 했다
바지 주머니에 한쪽 손을 찔러 넣고 터덜터덜 걸었다.
“하.. 가기 싫다”
최근 들어 숨 쉬듯 내뱉는 말이다.
의욕 넘치게 부서이동까지 하며 바쁘게 살아왔는데 의욕만 넘쳤는지 난 지쳐버렸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영혼 없이 걷다가 나무에 핀 꽃을 발견했다.
자연스레 사진을 찍다가 “뭐야, 왜 찍고 있지?”라며 멈칫했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꽃사진을 찍는 다는데 이렇게 또 내 나이를 체감했다.
새벽시간인데 아파트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까지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
나만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한다고 투덜거렸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스쳐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지하철에 올랐다
이른 아침인데 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등교를 위해 꾸벅꾸벅 졸면서 앉아 있는 학생들과 출근을 위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가롭게 사람 구경을 하다가 오늘은 출근 전에 아침 루틴을 하지 못 한 것이 죄책감처럼 밀려왔다
꼭 오늘 하루가 망가져버린 기분마저 들었다.
어제 주방청소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 한 내가 미워졌다.
계획대로! 루틴대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며칠 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틈만 나면 누워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갓생을 살아야 하는데... 루틴대로 움직여야 하루가 완벽한데...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데'
계획한 대로 하루가 시작되지 못하면 그날 하루가 망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나간 오늘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생의 모토가 계획에 집착하는 나를 만든 것 같다.
스멀스멀 우울감마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벌써 며칠 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우울증이 시작됐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마저 들었다.
산후우울증으로 호되게 힘들었던 작년이 떠오르면서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편의점으로 갔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당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편의점 커피를 끊고 있었는데... 일단 오늘은 달달한 편의점 커피 한잔을 하면서 내 마음을 달래는 것이 우선이기에!!
지하철에서 내려 편의점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여기저기 벚꽃이 꽤 많이 펴 있었다.
아이와 남편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현관문 열기에 성공했고,
재밌게 사람들 구경을 하면서 나만 아침부터 부지런한 게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었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며 온전히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고,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2000원의 여유를 가졌고,
출근길에 예쁘게 펴 있는 벚꽃도 구경했으니
이게 바로 갓생이지 갓생이 별거냐~
퇴근길,,, 버스를 타고 창밖을 구경하다가 집에 가서 뭘 할지 계획을 또 세워봤다.
아침에 하지 못한 나의 루틴을 포함하여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까지 찬찬히 다시 계획을 잡았다.
집에 도착도 하기 전이지만 계획을 다시 세우며 "아침에 못 한 것은 저녁에 하면 된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니 벌써 아드레날린이 뿜뿜 하는 느낌~
매일 특별한 활동을 하면서 전날 세운 계획을 다음날 온전히 수행하고, 생산적인 행동을 해야만 갓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열심히 살면 그게 나만의 갓생이지!
며칠 전부터 나태지옥에 빠져 허우적대던 워킹맘.... 위기는 곧 기회라는 긍정파워로 나태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나만의 갓생 개념까지 만들었으니 나태지옥에 빠져 있던 지난 며칠은 뜻깊은 날들이었다.
워킹맘의 워킹지옥 탈출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