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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그린 Apr 28. 2024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화자는 ‘경하’라는 인물이다. 경하의 직업은 작가고 마음에 유서를 품고 있는 여성이다. 어느 날 경하는 절친한 친구이자 오랫동안 만남이 뜸했던 인선의 연락을 받는다.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는 소식이다. 과거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인선은 현재 제주도에서 목수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작업하던 중에 손가락이 절단되었고 제주도에서 봉합수술을 할 수가 없어서 육지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병원으로 달려간 경하는 피범벅이 된 인선의 손가락을 본다. 절단된 손가락을 이어 붙이려면 신경을 계속 자극해야 한다. 봉합된 자리를 3분에 한 번씩 바늘로 찔러 일부러 피를 내야 한다. 이 고통스러운 행위를 계속해야 몸이 절단된 손가락을 인식하여 신경이 마비되지 않을 수 있다. 경하는 환부에 바늘을 찔러대는 광경을 목격하며 인선이 왜 하필 자신에게 연락했는지 생각한다.      


인선은 경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지금 당장 제주도에 가서 자신의 앵무새에게 물을 달라는 것이다. 인선이 사고를 당한 이후 앵무새는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장 물을 주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경하는 그 길로 제주도로 향한다. 폭설이 내려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겨우 인선의 집에 도착한다. 그러나 앵무새는 죽어있다. 경하는 앵무새를 마당 나무 밑에 묻는다. 이렇게 1부는 끝이 난다.      


2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시작한다. 죽었던 앵무새의 환영과 육지의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이 나타난다. 경하는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다. 인선은 집에 있던 오래된 자료들을 꺼내며 자신의 엄마에 대해 말한다. 인선의 엄마는 4.3을 겪은 인물이다. 학살이 있던 때에 오빠가 행방불명되었고 평생을 찾아다녔다. 엄마가 모아둔 자료를 되짚으며 인선은 그녀의 삶을 재구성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3부에서 경하는 인선과 함께 폭설 속에서 4.3 때 사라진 동네를 향해 걸어간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 작품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평생 오빠의 흔적을 찾아다닌 정심, 치매를 겪은 어머니의 삶을 이해해 보려는 딸 인선, 친구의 환부를 마주하는 화자 경하. 몸이 절단된 사람들은 몸이 없어도 평생 그 몸을 느낀다고 한다. 절단된 몸을 포기하고 없는 상태로 봉합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신경을 이어 붙이려는 노력은 고통스럽다. 지금 여기에서 사라진 사람을 내 삶에서 기억하고 복원하는 것은 환부를 바늘로 찔러대는 것과 같다. 계속해서 피를 흘려서 신경과 신경을 잇는 것. 이 소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작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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