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속에 가두는 나에게>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부모에게 미안해하고,
친구에게 미안해하고
지인에게 이따금 미안해하고,
지나가는 이에게 행한 작은 실수에도 미안해하면서
나에게 미안해란 생각은 해보았나요?
언제나 아이 먼저 먹이고 남은 밥을 먹고는,
언제나 부모님의 강요에도 말없이 받아들이고는
아무 말 없이 살아가는 내가 있습니다.
친구와의 다툼 끝에 언제나 그의 서운함을 신경 쓰고, 지인의 사소한 팩트폭격에 나를 지켜주지 못하고
지나가는 행인과 부딪혀도 그의 어깨만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내가 있습니다.
차가운 밥을 먹는 나에게,
내 마음속 메아리를 외치지 못하는 나에게,
나의 속상함을 어루만지지 못한 나에게,
나의 마음속 상처를 치료해 주지 못한 나에게
내 어깨의 불편함은 무시해 버린 나에게,
그 어떤 것도 먼저 생각해주지 못한 나에게 미안합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속 불타오르는 꿈을 보고도 먹고살아야 한다며,
짓밟아 버리는 나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이제는 나랑 사랑하자며 나의 꿈을 지켜주자며 다짐하고 다짐하건만
어제도 오늘도 결국은 쳇바퀴 속으로 나를 밀어 넣습니다.
그런 나에게 언제까지 그렇게 미안해하기만 할 건가요?
미안하기는 한건가요?
나를 구해주세요.. 더 이상 미안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식으로 살아온 30년, 엄마로 살아온 7년의 세월 동안 온전히 나로 살아온 시간은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성인이 된 순간부터 오롯이 나 홀로 살아가기를 원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걸음마하는 아기처럼 넘어지면 다시 벌떡 일어나야 함에도 넘어지면 너무나 아파 울어버렸다. 울어도 울어도 일으켜주지 않았던 나의 세상 덕분에 혼자 일어서야 했지만 안아주지 않는 이가 없는 환경은 내 마음에 생채기가 가득한 돌이 자리 잡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단단하지만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틈이 가득한 돌...
이제는 그 상처 가득한 돌을 다시 다듬어 보고 싶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
혼자서 여물어 갔던 내 마음의 거친 돌덩어리를 누구라도 만지고 싶은 부드럽고 매끈한 돌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
더 이상 미안하다는 감정이 저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이제는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언제나 옆에서 내편이 되어줄 남편이 있고,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두 아이가 있으니까, 내가 일구어낸 나의 사랑하는 가족 말이다.
생채기가 가득한 돌덩어리 같은 마음이지만 모나지는 않게 살아왔기에 이렇게 다시 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 구멍에 살을 붙이고 색깔을 입히고 기름칠을 하여 그 누구보다 잘 굴러가는 진짜 단단한 돌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더 이상 ‘미안해’보다는 ‘고마워’라는 말을 하는 인생을 살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