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자기계발서
일단 미천하게 그냥 시작하라~! 거지 같은 모습으로 시작하자.
생각이 많아지는 40살이 되면 시작만으로도 80%를 이룬 셈이다...
그만큼 시작이 어렵기에~!
아무도 봐주지 않는 지금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지금
아무것도 없는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좋을 때이다.
어렵게 휴직을 하고 돌아온 첫 번째 월요일이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너저분해진 집안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지금쯤 숨 가쁘게 직장으로 달려가고 있을 텐데.. 소파에 앉아있는 내가 너무 어색했다.
집안일이 이미 가득한 걸 알면서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할 일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조용하고 여유롭다 못해 공허했다.
허허벌판에 뚝 떨어져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일단 힘들게 일했던 나를 위로하고자 일단 쉬기로 했다. 내가 할 일은 매일매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집안 정리와 아이들 밥 하기 정도, 그것만을 마치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정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뿐, 나는 집안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아마도 의무감처럼 도서관과 서점을 들락거렸다.
놀면 안 되고 무엇인가 이뤄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그렇게 집에서도 쉬지 못하게 만들었나 보다.
역시나 도서관과 서점에 가면 자기 계발서만 눈에 들어왔고 그런 책들만 골라 읽었다. 읽다 보면 열정이 생기기는커녕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기분이었다.
미라클모닝, 운동, 자기계발, 독서, 글쓰기, 긍정적인 생각, 감사하기 등등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별것도 아니라고 부자 또는 성공을 위해 내 인생을 위해 해야 한다고 나를 재촉했다.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을 같이 있기 싫은 사람과 안 해도 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인가!'를 주입시키며 나 역시 나에게 별거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퇴직과 함께 무엇인가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하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그 강박이 나를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했던 것이다.
쉼, 이라는 것을 죄악시 여기게 되고 또다시 나를 정신없는 일상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나는 인생의 회의감을 여실 없이 느꼈다. 이러다가는 회사를 그만둔 현실을 후회까지 할 판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나에게 진짜 쉼을 주기로 했다. 무엇인가 '안 해도 된다.'는 생각부터 주입시켰다. 그리고 흥미로운 드라마든 영화가 나타날 때까지 네플릭스부터 모든 영상 플랫폼을 뒤적거렸다.
나를 쉬게 할 수 있는 것은 드라마에 푹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바보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한편 두 편, 흥미위주의 것을 보다가 결국은 꿈을 이뤄가거나 고비를 헤쳐나가는 등의 나를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정착한 한 드라마에서 나는 소름 끼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아마 나는 인생 마지막엔 소설작가가 되고 싶다.! 그 소설이 드라마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보게 하고 싶다.! '
정말 웃기게도 대낮에 아줌마 혼자 드라마를 보다가 그렇게 꿈을 찾았다.
물론 해보지도 않았고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무지한 상태에서 가진 꿈이었지만 상상만으로도 두근대는 심장이 있었고 그 두근거림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이라고 알게 해 주었다.
혼자서 전전긍긍하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적응도 제대로 못해보며 혼자 인생이라는 것을 그리도 많이 생각한 나였다. 그리고 그 많은 경험과 생각들을 구구절절 글로써,,,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의 처음은 정말 처참했다.
아예 아무도 봐주지 않는 것~!
sns세계라는 것이 완전 정치판이 따로 없었다. give and take가 확실한 세계..
하지만 가장 밑바닥에 아무도 봐주지 않는 내 현실은 부담감도 없었다. 길을 걷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몇 자 끄적끄적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그 끄적임의 시작이 블로그도 인스타그램도, 그리고 브런치작가까지 이어지게 한 것이다.
내가 만약 돈을 벌어야 하고 인기를 끌어야 한다는 그런 의무감에 사로잡힌 것이었다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 그저 그 가벼운 시작이 미천했던 나를 점점 나를 가다듬고 있음을 느낀다.
의무감이라는 것이 책임감을 가지게 하고 그 책임감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의무감이라는 것은 인생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인생을 짓눌러버리는 진짜 짐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가끔은 그래서 가볍게 살아가도 좋다. 는 확신을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진짜 즐거운 일을 할 때, 거창하지도 않고 일상에서 소소하게 나를 쉬게 해주는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그것을 할 때 어느 순간 진짜 꿈은 그럴 때 찾아오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꿈이라는 것을 정말 꿈으로 여긴다. 하루하루 현실을 살아가는 것조차 너무나 버겁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현실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힘겨운 상황에서 벗어나보려고 정말 많은 것들을 해보았다.
그저 퇴사가 꿈일 때는 무엇이든 다른 돈벌이를 생각해야 했고 그 생각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절대로 알지 못하게 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재정적으로 궁핍해질 때면 다른 돈 버는 수단을 뒤적뒤적거려본다.
그래서 정말 많은 일들을 저질러 놓기도 했지만 그 일들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찾아낸 내 진짜 꿈을 이루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 동기부여론 모든 이야기의 끝은 정말로 가슴 뛰는 목표, 인생의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것이 있어야 모든 시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책은... 나만의 목표를 절대로 찾아주지 못한다. 그저 그 일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무감만 지어준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글을 쓸 때마다 현실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과 맞닥뜨려 힘에 부칠 때면 이게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인지 의심이 든다.
모든 것을 정지하고 또 멍하니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결국은 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또다시 갖게 되면서 힘을 내본다.
일상의 찌듦은 내 삶의 목적을 절대로 찾아내주지 않았다. 독서를 하면서 꿈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의식적으로 좋고 즐거운 그 무엇인가를 하면서 꿈을 찾아내면 (허황된 것이어도 좋다.) 그걸로 시작이 된다.
나의 브런치 작가 도전은 그렇게 소설작가의 꿈을 가지면서 글쓰기 플랫폼을 찾다가 시작되었다.
인생의 글이라고는 블로그가 처음이었으니 당연히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 힘겨웠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보니 결국은 나 혼자 글쓰기라는 현실에 부딪혔지만 어쨌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매번 머릿속에 맴맴 돌던 생각을 정리하고 아무렇게나 줄줄줄 써 내려갈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짜 시작이고 즐거움이 시작된 곳에서 꿈이 생기자 그때 진짜로 읽고 싶은 책이 생겨났다.
나도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을 실제 경험했고 내 인생은 모두 내가 끌어당긴 것들로 채워갔기에 나도 '생각하라. 생각하라. 끌어당겨라'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도대체 무엇을 끌어당긴단 말인가???
결국은 즐거움 속에서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야만 그 이후에
독서든 끌어당김이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냈으면!!
반드시 시. 작. 해. 야. 한. 다.
아줌마 자기 계발서라고 이름 짓고 싶은 것이 아마도 아줌마들의 일상을 너무나 잘 알고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무엇인가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쉽게 쉽게 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에게 참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무엇이든지 다 척척하는 사람은 벌써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조차 힘겹다.
그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현실에 발맞추어 살아갈 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가장 아줌마다운 취미를 가지고 드라마를 보다 말도 안 되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가 있다는 것을 보고 모두 가슴 뛰는 꿈을 다시 한번 가졌으면 좋겠다.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이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