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이틀 전, 글을 쓰러 동네 카페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하얀 포메라니안 한 마리를 산책시키고 계셨어요.
저와 아주머니는 향하는 방향이 같았고, 마침 걸음의 템포도 비슷해서 나란히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평소 강아지 구경을 좋아하는 저는 무의식적으로 강아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강아지의 걸음걸이에 위화감이 들어 관찰해보니 사선으로 걷고 있었고, 굉장히 불편한 듯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짧은 시간 동안 수십 번을 고민했습니다.
‘이걸 말씀드릴까.. 말까..’
평소였다면, 고민도 하지 않고 곧바로 말씀드렸겠지만 이번 만큼은 신중해야 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의 오지랖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고민한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저 강아지가 어릴 때부터 저렇게 걷는 습관이 들었던 것이라면, 그것은 관절 쪽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괜히 보호자님의 심기만 건드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라는 이유였습니다.
대체로, 다리가 긴 강아지들 중 일부 견종은 다리의 움직임이 서로 방해받지 않기 위해, 태어나서부터 어느 정도 사선으로 달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런 움직임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포메라니안은 짤또막한 다리에 총총거리는 귀여운 녀석이고, 기본적으로 똑바로 걷는 종입니다.
그리고 이녀석은.. 단순히 비스듬히 걷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45도 각도로 걸어가고 있었고, 어깨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헤집어 놓을 때 쯤, 신호등에서 함께 멈추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국 말씀을 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멈춰있는 강아지를 또 한 번 유심히 관찰하니, 앞 다리 양쪽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ㅅ’자로 퍼뜨리고 있었거든요.
어느 정도의 확신이 들었습니다.
“와.. 포메라니안 너무 귀여워요. 산책 가시나요?”
“네~~ 강아지 좋아하시나봐요ㅎㅎ.”
“네ㅋㅋㅋ 앗, 그런데 혹시 이 친구가 어릴 때부터 옆으로 걸었나요?”
“아..아뇨. 얼마 전부터 그랬어요 ㅎㅎ 귀엽죠?”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느정도 확신이 들었다.)
“앗,ㅎㅎ 그런 의미가 아니구.. 사실 제가 아까 저~기서부터 너무 귀여워서 계속 보면서 왔는데 이 친구 걸음걸이가 조금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말씀 드려야 할 지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이후로 잠깐 가던 길을 멈춰 간략하게 제가 보고 느낀 점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 사실 최근에 동물병원에 가서 진찰받은 적이 없긴 한데..” 하시며 동물병원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강아지는 강아지옷을 입고 있었고, 보호자님의 옷차림을 보니, 정말 ‘강아지 산책’만을 목적으로 나오신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평소 강아지를 사랑하는 보호자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리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저는 강아지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끝으로 아주머니와 헤어졌습니다.
뭔가 걱정되기도 하고, 친구들의 강아지와 할머니가 키우셨던 강아지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음.. 가끔은 이런 부분에 대한 메시지도 필요할지도 몰라..’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혹시 강아지 키우시나요?
키우신다면, 먼저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강아지의 가족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입양해서 가족이 되어주지 않으셨다면, 그 강아지는 어디론가 팔려갔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보호시설에서 안락사를 당했을 수도 있죠.
좋지 않은 주인을 만나 고생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입양한 순간, 이미 당신은 한 생명을 구한 것이고, 강아지에게 당신의 가족이 될 수 있는 행복을 준 것입니다.
그런데요, 혹시 강아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강아지에 대해 강형욱 선생님보다 더 잘 아는 것보다도, 정말 강아지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 만으로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습니다.
아니, 키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강아지와 인간은 대부분의 모든 것이 다르고, 어떤 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해요.
사랑하는 마음, 그거 참 좋지만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대로 강아지를 대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접근입니다.
당신이 자녀를 키워보셨다면, 아이의 관점과 사고가 자신과 어떻게 다른지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공부하셨었는지 떠오르실 거에요.
강아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공부해주셔야 합니다.
그 녀석들과 우리 사이에는 너무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보호자는
‘왜 개가 이렇게 짖어대는거지?!’
‘아니 우리 개는 왜 “돌아!!”하면 못 알아듣지..?’
‘왜 자꾸 집 밖에다 똥을 싸는거야..’
등의 생각들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강아지를 교육시키는 법에 대해서도, 강아지의 특성에 대해서도 궁금해 해본 적이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제발..!! 제발!!!!
너무 귀엽다고 당신이 먹던 걸 강아지한테 주지 좀 마시고,
강아지가 잘못했을 때, 사람 말로 쉴 새 없이 야단 치지 좀 마세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강아지를 사랑하는 보호자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제목을 보고 들어오셨는데, 당연하겠죠!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강아지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좋은 주인’이 되어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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