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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즘작가 Aug 11. 2023

[일상2] 브런치에 지원하고 승인되기까지의 썰

'아... 신청 떨어지면 쪽팔린데, 뭐라고 핑계를 대냐..'

이번 글은 순수하게 재미와 필력, 날 것의 감성으로만 승부한다.


소재는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오는 준비 과정부터 지금까지의 기록.

(편하게 쓰는 글이니 말투는 날 것 그대로 두겠습니다 ㅋㅋ)



브런치에 오게 된 이유


가장 먼저, 브런치에 오게 된 이유부터 시작해볼까나!

음.. 요즘 세상은 손님을 ‘찾아가야’ 하니까?

내가 아무리 좋은 글을 쓴다고 해도, 사람들은 직접 찾아오지 않으니까.

내가 직접 ‘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찾아가야 하는 시대라는 걸 느꼈거든.


쇼츠 비디오를 팔고 싶은 사람은 틱톡이나 인스타로 가겠지.

음악을 팔고 싶은 사람은 사운드 클라우드로 갈 거고.

글을 팔고 싶은 사람은? 블로그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더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을 원했고, 그게 정확히 브런치였어.


브런치는 꽤 높은 벽으로 느껴졌어.

검색해보니 꽤 많은 실패 경험담이 줄을 이었거든.

생각보다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한 번에 붙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서 열심히 칼을 갈고 한 번에 붙자는 마인드로 한 발 물러섰어.


일단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고, 드디어 짧은 에세이 5개가 채워졌어.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모금씩 들이키며 글 쓰는 건 즐겁더라구.

사실 원래는 글을 20개 이상 쓰고 나서 엄선하고 또 엄선하고 또 엄선해서 3개를 제출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거든.

그런데 문득, 그렇게 시작해서 20개를 쓰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하는 생각이 든 거지.

중간마다 지속되는 동기부여 없이는 부지런하게 글을 쓰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어.




작가 신청


간절함을 찾기 위해 브런치에 몰래 작가 지원을 해버렸어.

사실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주변에 한 분 빼고는 아무한테도 내가 지원한 것을 알리지 않았어.

떨어졌을 때 부끄러울 것 같아서 몇 번 시도 끝에 성공하면 알리려고.


웃긴 건, 나는 그냥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서 지원했다고 했잖아.

그래서 사실 카페에서 글을 적고 돌아와서 일요일 밤 늦은 시간에, 새벽 감성과 함께 즉흥적으로 작가 소개와 활동 계획을 적어서 제출했어.

그런데 지원하고 나니까 문득 걱정이 되더라고.

브런치 지원 꿀팁 같은거라도 좀 검색해보고 지원할 걸…


그러면서 지원은 이미 해놓고 ‘브런치 작가신청’이라는 키워드로 미친듯이 서칭하기 시작했어.

볼수록 흉흉하더라고. 재수는 기본이고 4수, 5수 경험담도 보고 나니까 조금 후회되더라.

‘괜히 동기부여 한답시고 실패 경험을 쌓고 싶었던 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




기다림 1일차, 월요일


정말 과장이 아니라 나는 월요일 하루가 지금까지 살면서 군대에 있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느리게 흘러갔던 것 같아.

검색하기 전에, 지원을 갓 마쳤을 때는 안내 메시지에 ‘5일 이내에 결과를 알려드린다’는 말을 보고 기다림의 여유가 생길 뻔했지만, 찾아보고 나니 승인되는 것은 보통 하루 안에 답이 온다고 하더라고.

뒤에 따라붙는 말이 더 무서웠는데 신청이 반려되는 경우에는 보통 3일 이후에 답이 온다고 적혀있더라. 그게 한 블로그가 아니라 아주 많은 곳에 그렇게 적혀 있었어.


‘혹시 승인될지도 모르니까..’ 하면서 월요일 하루를 거의 순수하게 기다림 만으로 보냈던 것 같아.

진심으로 다른 어떤 것도, 글쓰기조차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

그런데 계속 기다려도 답은 오지 않았고, 월요일이 지났지.




기다림 2일차, 화요일


화요일이 됐고, 역시나 기다림의 연속이었어.

이 때부터는 늘 무음이던 내 핸드폰의 상태를 ‘진동’이라는 파괴적인 녀석으로 바꿔뒀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알아..?

내가 브런치에서 오는 알림만을 받기 위해서 다른 앱의 알림들은 다 꺼두기까지 했다구!


진짜 빡치는 건 뭐였냐면, 예상치 못한 일이 내 기대감을 다 부셔버렸다는 거야.

하필 태풍이 오기 시작해서, 뭐만 하면 재난 문자가 진동을 울려댔거든.

화요일의 자취방은 참 진풍경이었어.

‘지잉-’하는 순간 미친 반응속도로 핸드폰을 집어 드는 내 모습과, 이어지는 실망한 표정이 하루를 가득 채웠거든.

무려 하루 동안 6번이라는 밀당을 재난문자 녀석이 하더라고?


화요일 저녁부터는 검색 키워드가 바뀌었어. ‘브런치 작가신청 실패’로.

작가 신청이 실패하면 정확히 얼마 만에 답이 오는지를 찾으면, 내 신청이 반려된 것인지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계~~속 찾아봐도 역시 신청 후 이틀 이상 지나서 승인된 케이스는 블로그 후기 수십 개 중 ‘단 하나’였고, 심지어 최근도 아닌 몇 달 전이더라고.


얼마나 철저하게 찾아봤는지 모를걸..?

최대한 가장 가까운 날의 경험담을 찾기 위해 최신순으로 필터를 놓고 뒤지기도 했고, 키워드도 바꿔가면서 찾고 뭐 난리도 아니었지.


여튼 그렇게 다양한 후기를 보면서 사실상 반 포기를 한 것 같아.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러고는 스스로 합리화하기 시작했지.

‘그래. 이건 내 신청이 탈락이라서 늦게 통보받는 게 아니라, 주말 동안 수많은 작가 신청이 쌓여서 내 글을 읽고 평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걸 꺼야. 아니, 그래야만 해.’


그런데 하필 화요일 밤, 검색 중에 찾으면 안되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버렸어.

블로그 후기들을 유심히 보다가 인증 스크린샷들을 분석해보니까 승인된 작가들의 휴대폰 알림은 무조건 연이어서 두 개가 오더라고?

하나는 작가가 되어서 축하한다는 메시지고, 다른 하나는 ‘글 발행 안내 -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려면…’이라는 메시지였어.

그래서 나는 결심했어. 내일은 분명히 결과를 통보받을텐데, 절대 알림이 ‘한 번만’ 울리면 한 숨을 내쉬지도 말고 빨리 알림을 지우고 다음 글을 쓰러 출발하기로.




기다림 3일차, 수요일


그리고 대망의 수요일 아침이 밝았지. 이 날은 분명한 확신이 들었어.

승인이든, 반려든 무조건 오늘 결과를 통보 받을 것이라는 확신 말이야.

그렇게 또 다시 망할 진동과의 사투가 시작됐지.

계속 되뇌었어. ‘한 번만 울리면 조금 숨을 고르고 확인해버리자… 예상했던 일이니까.’


이 날도 참 짜증이 많이 났는데…ㅋㅋ

태풍 때문에 재난 문자가 20통 가까이 왔거든.

재난 문자는 진동이 한 번씩만 울리니까 진동이 올 때마다 속으로 한숨을 푹 쉬면서 ‘후후..결국 이렇게 되었구만.’ 하고는 천천히 핸드폰을 들어서 확인했고, 재난문자였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짜증이 나더라고.




드디어.. 작가 승인


무려 열 한 번의 재난 문자 낚시를 당하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재난문자든 탈락이든 너무 짜증나니까 바로 확인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던 그 때, 알림이 두 번 연속으로 울리더라고.

진짜 그 때 속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이거 재난문자 하나랑 인스타 알림 하나면 나 이제 안참는다.’ 였어.

그러고 재빠르게 확인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격적이게도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로 시작하는 알림이랑, 예습했던 그 뭐 있잖아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려면..’그게 온거야.


진짜 가만히 멈춰서 핸드폰을 잡고 눈을 감고 감사 기도를 짧게 드렸어.

그러고는 곧바로 연락을 돌렸지~ㅋㅋㅋ

평소에 딱히 자랑하고 싶은 건 별로 없었는데, 브런치스토리 정식 작가가 된 건 나한테 정말 큰 의미였으니까.


가장 먼저, 늘 응원해주시는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고, 그 다음으로 친구들한테 알렸지.

가족들한테는 절대 알리지 않았는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의 모든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거든.

작가로서의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언제 어떤 글을 내는지 일거수일투족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사생활을 좀 지키고 싶었어.

그리고 많은 독자들을 모은 후에 당당히 ‘나 이런 작가가 됐어!’하고 보여주고 싶었어.


아, 근데 이 글을 가족들이 얼마나 지나서 볼 지는 잘 모르겠는데.. 지금 보고 있다면..미안햌ㅋㅋㅋㅋ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렇지 않은데, 전부터 가족들한테 뭔가를 보여준다는 건 좀 많이 부끄럽거든.

그리고 내가 실수로 엄마 핸드폰에 브런치스토리를 몇 주 전에 설치해줘서 더 위험한 상황이야 ㅋㅋㅋ.

엄마가 내 글을 매번 읽고 ‘뭐야, 이런 일들도 있었어?’하는 일이 수백번 반복될 예정이라 좀 뻘쭘하거든 ㅋㅋㅋㅋ


어쨌든… 원래는 다 적으려고 했는데 브런치에 들어온 이후의 삶을 적기도 전에 이런 분량이 돼버렸다니.. 유감이네.


그럼 이후의 삶은 다음 편에 적을게. 긴 기록을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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