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아르코 발표지원 선정 시)
아버지, 귀가 늙는다.
방향을 잃은 나침판들만 가득하다
여름, 주변이 온통 귀들의 천지다.
딸이 어렸을 때는
귀가 꽃처럼 천진했다.
참외꽃 도라지꽃 분꽃을 닮은 귀
그 귀속으로 딸은 수시로 들락거렸다.
키우던 햄스터를 귓속에 넣어놓고 놀러간 딸
깜박 잊은 것들을 귓속에 남겨두고
딸은 시집을 갔다
이제 귀는 수식을 거부한다.
누구의 삶에도 각주로 서성이고 싶지 않은 귀
어린 목소리들이 다 자라서 넘쳐나는 귀
엄두들은 먼 곳에 보내놓고
가까운 곳들이 늙는다
작고 가는 글씨들이 늙는다
짧은 치마와 짙은 화장과
발랄한 무례함이 쯧쯧 늙는다
관계들마다 서운함이 고령으로 깃들고
길목마다 기다리는 우울들
귓속의 이명들과
두런두런 나누는 말
말들이 점점 젊어지고 말투들이 늙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