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 시)
우리는 몇 년 만에 반갑게 통화를 했어
여러 안부를 통으로 물으며 서로의 안녕을 확인했지
함께 보낼 할로윈 파티를 조율하며 가면에 대해 물었지
내신 성적을 염려하던 친구는 호탕하게 웃는 가면을 쓰고 싶다고 했어
낯선 목소리들을 막지 못한 길이 비틀어지기 시작했어
바이러스가 막아놓았던 얼굴들이 한꺼번에 풀렸어
취약한 골목으로
가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쌓였어
얼굴이 얼굴을 밀며 심장을 강타한다는 밤의 문장들이
아프게 밀려가고, 구르다 보면 사거리에 도착할 거라는
남쪽 마녀가 호루라기를 불며 사람들 사이로 숨을 불어주었어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기어이 벌어지는 일
그들은 죽고 골목은 아무 죄가 없다고 손사래치지
우리는 그들을 사고사라 부르지
쓸모없는 소문들이 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골목마다 깨진 틈이 푸르게 상처를 드러내고
마녀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