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 시)
함께 있어도 시차가 다른
또 하나의 섬
밀물과 썰물처럼
수천 권 책으로 둘러싸인 섬
그 방엔 그가 주인이지
찾아온 밤을 돌려보내고 낮을 베고 눕는
그녀는 외로운 섬
섬을 업어 키운 늙은 섬의 귀에
햇빛이 노크를 해도
섬의 창문을 열 수는 없어
밀물에는 섬에 닿을 수가 있지만
썰물이 오는 시차는 지구 반대편
불안을 껴안은 늙은 섬의 무릎에 서리가 내리지
섬으로 빨려 들어간 수천 권의 책들은
페이지를 넘기며 건너가고
섬의 문장에서 패각류 소리가 나는 밤이면
섬을 둘러싸고 있는 물의 소리들은
다른 섬들을 불러오기도 하지
섬은 오갈 데 없는 새들을 따라
며칠째 집을 비우지
딸랑딸랑 꼬리를 흔들면
섬의 언덕을 채운 책들을 읽을 수 있지
배고픈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새벽을 기웃거려
그나마 주방이, 숨 쉬는 섬을 키우곤 하지
감쪽같은 섬
책의 목차에도 보이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