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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광훈 May 08. 2024

왜 비싼 돈 주고 비지떡을 사세요?

다홍치마를 받는 방법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가격을 문의하고 사무실 간 가격을 비교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변호사를 고용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가 된다. 나도 물건이든 서비스든 싸게 사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으니 말이다. 


우리 사무실이 지향하는 가격은 한인 사회 평균 변호사 비용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다. 비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싸지도 않다. 가격 경쟁은 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 나이도 있는데. 그리고 사실 한인 변호사 비용이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비싸든 싸든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사무실에 전화를 하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어제도 한 외국인이 소개를 받았다면서 업무 의뢰를 하고 가격을 묻는다. 얼마 정도라고 답변을 드렸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Oh, that's reasonable!"


보통 본인이 생각하는 '해당 업무에 대한 마땅한 변호사 비용'과 비슷한 금액이거나, 지난 번에 거래한 변호사 보다 비용이 저렴할 때 나오는 반응이다. 당연하다. 평균적으로 한인 사회의 변호사 비용이 전체적으로 유태인이나 이란 계통 변호사 비용보다는 저렴한 편이니, 다른 인종의 변호사 사무실과 비교해도 가격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한 한국분이 전화를 주셨다. 필요한 업무를 설명하시면서 가격을 물어보시는데, 어제의 그 외국인이 의뢰한 것과 똑같은 업무였다. 그 외국인에게 말한 가격과 같은 가격을 말씀드렸더니 이런 반응이 나왔다.


"어머, 비싸네요!"


평균보다는 높은 가격이니 물론 나보다 저렴한 한인 변호사는 당연히 있다. 우리 사무실이 더 비쌀 수는 있다. 하지만, 혹시나 싶어 여쭤보았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그랬더니 100불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신다. 한국 돈으로 10만원 정도이니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말씀하신 업무와 관련된 변호사 비용이 몇 백만원인데 그 중 10만원이면 사실 "어머, 비싸네요!" 라며 놀랄 만한 차이는 아닌 거 아닐까. 


내 고객 중 한 분은 이런 철학을 가지고 계시다고 했다.


"물건 값은 깎아도 사람 값은 깎지 말아라"


사람을 존중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시다 보니, 사람이 하는 일은 그 마음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따름이라고 하셨다. 


이해가 된다. 내가 두 고객에게 똑같은 일을 해 주는데, 한 고객은 300만원을 내고, 다른 한 고객은 다른 곳보다 비싸다면서 10만원을 깎아서 290만원을 내겠다고 하신다면, 나는 두 일을 똑같은 마음으로 할 수 있을까. 


내가 내는 결과는 다르지 않을거다. 그건 내 자존심의 문제이고, 내 integrity의 문제다. 그럴 거라면 일을 받지 않는 것이 낫다. 하지만, 일을 하는 내 마음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마음으로 일을 하면 의뢰받은 본 업무에서는 차이가 나지 않을 지라도 다른 곳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나 역시 집에서 망가진 싱크대나 구멍난 벽을 수리하는 일에도, 편지나 물건을 배달하는 일에서도, 사람 값을 깎아서 이익 본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 집의 전기 공급에 문제가 있어서 electrician을 불렀는데, 조금 비싼 분이었지만 소개를 받았기에 믿고 의뢰를 드렸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싱크대 한 쪽에 전에 없던 전기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중에 아내가 이야기 하는데, 전기 콘센트가 양쪽에 있어야 싱크대 사용이 편하다면서, 그리고 시간이 좀 남는다고 하시면서, 그냥 설치주셨다고 했다. 지금도 아내가 얼마나 편하게 그 콘센트를 사용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누가 우리에게 electrician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나는 비싸도 그 분을 소개한다. 


우리는 서비스를 파는 분들이 어떤 일을 하실 수 있는지 사실 잘 모른다. 서비스업에서 얻는 일의 가치는 내가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나온다. 

사람 값을 깎다보면 돈은 절약했지만, 결국 받는 것은 비지떡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사람을 쓰는 건, 우선 사람을 잘 고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의 능력을 사는 것 보다 그의 마음을 사는 것이 그 두 번째다. 그렇게 좋은 마음을 사면 치마 한 벌을 사도 다홍치마를 받게 된다. 그래서 나는 물건 값은 깎아도 사람 값은 깎지 마라. 그럴거면 그냥 다른 사람 써라 - 라고 내 멘티들에게 말한다. 


하지만, "난 그냥 치마면 돼. 다홍치마는 필요없어"라고 한다면, "배만 채우면 되니 비지떡이면 충분해"라고 한다면, 그럼 나도 할 말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싶다 


알았어. 근데, 일단 다홍치마 한 번 입어 보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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