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광훈 Sep 06. 2024

비행기는 언제 기름을 가장 많이 쓰는가

밤, 일출, 낮, 그리고 일몰

우리 사무실은 지대가 좀 높은 곳에 있다. 그 덕에 우리 사무실은 그다지 높지 않은 4층에 있지만, 나는 창 밖으로 지평선까지 뻥 뚫린 뷰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동향이라 해가 뜨기 전에 사무실로 출근하는 나름 아침형 인간의 삶을 사는 나는, 일하느라 깜박하지만 않는다면 매일 아침 활홀한 일출을 볼 수 있다. 



나는 매일의 일출을 사진에 담는다. 그래서 내 핸드폰에 있는 대부분의 사진은 일출 사진이다. 매일 찍어도 매일 다르고, 매일 찍어도 매일 아름답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일몰도 그렇다. 일출처럼 지평선이 보이지는 않지만 북향이기도 한 우리 사무실에서는 서쪽 건물 사이로 지는 아름다운 일몰도 매일 볼 수 있다. 나는 가끔 일몰도 카메라에 담는다. 



일출 사진은 깜깜하기만 한 밤의 사진보다 아름답고, 일몰의 사진은 환하기만 한 낮 보다 아름답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어두움을 좋아한다면 밤이 아름다워 보여야 하고, 빛이 좋다면 낮이 아름다워야 할텐데, 어두움으로 가득 찬 밤보다, 빛으로 가득찬 낮보다 일출과 일몰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왜일까. 


아마도 그건 일출과 일몰은 변화의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변화가 없는 순간에는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움이 없다. 


그런데,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변화의 순간이 있어야 비로소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 늘 문제다. 


며칠 전에 짬을 내어 3박 5일 일정으로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연휴가 끼어 있어 실제 휴가는 하루였지만, 개업한 지 10년만에 처음 가 보는 여름 휴가라 감개무량했다. 그런데, 옆 나라를 다녀 오는 데에도 항공료가 너무 비쌌다. 


대체 왜 이렇게 비싼거야... 하는 생각에 검색해 보니 비행기 가격이 비싼 이유는 기름값 때문이다. 한국와 미국을 오가면 2억원이 넘는 돈이 기름값으로 나간다는 것을 알고 나니 항공료 비싸다고 불평은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많은 기름은 비행 내내 일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비행을 할 때에는 양력을 이용해 많은 기름을 쓰지 않고도 날 수 있다고. 그럼, 대체 언제 그 많은 연료를 쓴다는 것일까. 


대부분의 연료는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그 시점에서 소모된다고 했다. 땅에 있는 비행기를 공중에 띄우는, 그 1cm의 작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 기름의 대부분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위해 써야 햐는 에너지가 너무 크다. 그래서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다. 변화의 순간에 써야 하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엄두가 나지 않고, 이렇게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정말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못한다.   


동영상을 찍어보면 지평선에서 해가 온전히 떠 오르는 일출을 보는 데에 2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루 1,440분 중에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움이 채 10분이 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보다 변화를 주기위해, 아름답기 위해, 내가 힘써야 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다만 비행기를 띄우는 마음으로 양력을 키우는 데에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아김없이 써야 한다. 



정말 그럴까 하고 의심하지 말자. 이미 수 많은 사례들이 그리 하라 말하고 있으니. 너무 사례가 많아 오히려 변화를 시도하지 못할 핑계를 대기가 아려울 정도다. 의심을 빙자한 핑계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 


땅에서 1cm만 띄우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면, 그러면, 아름다움은 저절로 따라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