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봐
유연근무하는 아빠
기다리던 아이의 외할머니댁에 가는 날.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아이엄마는 주저했었습니다.
그때 아빠의 고집으로 비행기표를 끊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애엄마와 아이들은 기대에 부풀어 대화의 대부분이 제주도 가는 얘기입니다.
애엄마가 제일 들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엄마를 보러 가는 건데..
부모님이 팔십을 넘기셨습니다. 양쪽 모두.
부모님 연세를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습니다.
내 나이 듦과 부모님의 나이듦,
모두 마음에 걸립니다.
주변 친지는 모두 거의 다 돌아가신 상태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언제까지 우리 곁에 계실까?
자주 찾아보고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아야겠다는 생각만 앞서고,
정작 내 피곤함과 내 바쁨과 내 나이듦에,
요즘은 1달에 한번도 찾아뵙질 못하고 있습니다.
나쁜 아들.
아이의 외할머니는 제주도에 혼자 계십니다.
모시고 와야 하는 당위성과 달리,
혼자 편히 계시고 싶어하는 그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사실, 나라도 자식과 한 집에 있으면 불편할 것 같습니다.
제주도행 비행기가 하늘을 납니다.
날씨도 화창합니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지만 가족을 위해서 참습니다.
아이들은 며칠전부터 짐을 싸고 또 쌌습니다.
촌스런 우리 아이들.
아빠와 엄마는 어이없이 웃었습니다.
언제까지 이 좋은 기분으로 부모님을 보러 가게 될 지...
아빠는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앞섭니다.
인간의 죽음. 이별.
나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그릇이 될까.. 싶습니다.
죽음, 이별에 대해 난 약한 존재 같습니다.
이 아빠보다 아이엄마가 그릇이 더 큽니다.
아이엄마는 내게 항상 조언을 해 줍니다.
현재 삶에 충실하고 즐겁게 후회없이 살자고.
지나간 과거, 오지않은 미래를 자꾸 쳐다보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머리론 이해가 되지만,
불안해하고 슬퍼만 할 뿐,
그대로 입니다.
나이만 먹어가지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