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빛 Oct 13. 2023

딸아이 독서


딸아이의 독서..를 지켜보며 

아빠는 생각합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절대적으로 문과. 이과, 이렇게 기질이 구분되어 태어난 게 아닐 거라고..

아이는 모두 무한한 능력이 있어 주변에서 어떻게 아이의 관심을 유도하고 인도해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거라고..

만약, 아이에게 다소 편향된 기질이 있다면 그건 자라는 환경 속에서 부모의 습관, 관심, 영향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빠는  

퇴근해서, 

학원을 대신해,

두아이의 독서, 놀이, 숙제, 공부 등을 같이 봐 주고 있습니다. 

아빠는 두 아이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가 학교 숙제하는 모습, 

학교서 받은 시험지의 틀린 부분을 다시 푸는 모습.

아이가 독서하는 모습. 

아이가 놀이하는 모습.

아이가 보는 TV 프로들.


첫째아이(아들)는 과학, 스포츠에 관심이 있고,

둘째아이(딸)는 동물, 종이접기, 만들기, 색칠하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첫째아이는 일반소설을 읽다가도 곧잘 과학책을 뽑아서 읽는 습관이 있고

2주에 한번 오는 과학잡지를 기다릴 정도로 과학에 흥미를 조금씩 붙여 가는 중인 듯 보입니다.

둘째아이는 오빠가 읽는 과학책과 과학잡지를 훑어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귀여운 동물 그림 그리기, 캐릭터 색감 칠하기, 손바닥크기의 귀여운 책 만들기 등에 

관심을 더 집중하는 듯 보입니다.


첫째아이는 다들 힘들다고 하는 수학의 고비고비를 아빠와 같이 잘 소화해 내고 있는 반면,

둘째아이는 아직 수학은 어렵고 또래 친구들보다 못하는 분야라는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학원 근처에도 안 가 본 아이가 학원에서 선행학습하는 친구들을 당장은 따라갈 수 없겠지요. 


첫째아이는 수학이 어렵긴 하지만, 생활주변에서, 학문의 세계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해 가는 것 같습니다.

둘째아이는 아직 냉철하고 딱딱한 수학보다는 귀엽고 깜직한 동물, 공감되고 따뜻한 글귀에 보다 더 관심과 애착을 갖는 것 같습니다.


아빠는 궁금해 집니다.

과학, 수학.

냉철하고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일 수 있는 이 과학, 수학.

수포자, 과포자의 주범이 되어 버린 이 수학, 과학.

어떻게 하면 딸 아이이게 과학과 수학을 

거부감 없이, 흥미있게 가까이 접하게 할 수 있을까.

과학, 수학. 정말 특수층만의 전유물일까.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독서.

결국, 독서 밖에 없다고

아빠는 생각해요.


독서로 

과학, 수학이란 녀석이 어렵지 않다는 것.

과학, 수학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알고보면 우리생활 곳곳에 펴져있는 지극히 쉽고, 재밌고, 가까이있는 현상들이란 것.

남들이 말하는 수포자, 과포자 처럼 머리 지끈지끈 아파하는 공부로 바라보거나 

그렇게 차갑고 냉철하고 재미없는 외워야만 하는 공부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것.

이런 것을 독서로 자연스레 심어주고 싶습니다.


먼저, 아빠는 스스로 과학책,수학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잔소리하기에 앞서, 아빠가 먼저 조용히 과학책, 수학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아빠가 책을 읽으면 아이가 따라 읽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솔선수범을 보이면 아이가 따른다는 그 진리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도 그러했으니까요. 

아빠가 읽으면 아이도 옆에서 읽습니다.

티비나 유투브, 놀이를 하다가도, 아빠가 읽으면 아이가 조용히 책을 가지고 와 옆자리를 지킵니다

그러면, 아빠는 옆을 내어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아빠와 아이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책들 중 어떤 분야의 책을 골라 읽느냐는 아이의 선택입니다.

아이는 아빠 옆에서 아직은 자기가 선호하는 분야 위주로 책을 읽습니다.


아빠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아빠는 이번엔 이 방법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물질 보상을 대가로 특정 책을 읽게 유도하는 방법.

도장, 포인트, 용돈으로 유도하는 방법.

이 방법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자칫 부작용이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속물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치만, 이빠는... 그  방법을 써서라도 작은 아이가 재미없어 하는 과학에, 수학에 

작은 흥미를 갖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불을 부쳐주면 아이들의 흥미와 재미는 확~ 하고 번져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섭니다.


아빠는 집 책꽂이에 있는 why, how so를 일정량씩 읽으면 원하는 작은 선물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속물 같지만, 한번 써 보기로 했습니다. 

근데... 희한하게 아이가 반응을 합니다. 놀랍습니다.


"얘야, 와이, 하우소 아빠랑 같이 읽어볼까? 어려워도 읽으면 아빠가 선물 줄 게."

"진짜? 아빠, 나 한번 해 볼 래요~" 합니다.

"아빠, 책 다 읽으면 폼폼푸린 필통 사고 싶어요."

"응, 그래"

"음... 몇 권으로 하지?" 

아이는 스스로 목표로 자기분량도 정합니다.

"사십권! 아빠, 사십권으로 해 볼래요"

"아니야, 그건 너무 많아. 너무 과하면 쉽게 포기하게 되거든. 이십권은 어때?"

"음... 좋아요."


다음날.

아이가 조용히 책꽂이에서 why 2권을 꺼내어 식탁에 올려놓습니다.

오늘부터 읽어보겠답니다. 기록도 해 둘 거랍니다.


근데...

읽어보더니, 재미가 없나 봅니다. 

표정이 영 안 좋습니다. 

중얼중얼 투덜투털 댑니다.

겉은 만화 이야기로 돼 있지만 내용이 어려워 잘 안 읽힌다 합니다.

재미도 없다고 합니다.

이거 읽을 바엔 다른 책 열권은 금방 읽을 수 있겠다 합니다.


또, 만화로 되어 있지만 실은 백과사전식인 why, how so 같은 책은 재미없어 하는 반면,

프래니 시리즈 같은 과학을 주제로 한 소설책은 숨도 안 쉬고 재밌게 읽어냅니다.

이 또한 첫째아이와 반대되는 성향입니다.


아빠는 말합니다.

"그래, 재미가 없구나, 그럼 이건 어때...?"

"읽다가 재미없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부분부분 재밌는 부분이 나오면 거기만 읽어도 돼. 그건 아빠가 읽은 걸로 인정해 줄게."

"그리고 재미없는 주제의 책은 넘어가도 돼, 그것도 인정해 줄 게/

그랬더니, 입이 이렇게 나와있던 아이가 다시 책에 눈을 돌립니다.

조금 있다, 아이가 그럽니다.

"아빠, 똥, 사춘기 같은 책은 그나마 재미있는데요. 다른 건 별로예요."


아빠는 그나마 아이가 한 이 말이 고맙습니다.

전혀, 아예, 완전히... 관심과 흥미를 가지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금방 흥미를 가지리라고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일부책, 일부내용에 관심과 반응을 보인다는 게 

아빠로서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그래.... 

그래도... 부드럽게 유도하니까 되는구나! 

절대적으로 문과, 이과, 정해진 기질이란 없구나!

아이라는 존재는 무한한 능력이 있어 관심을 어떻게 유도하느냐도 중요하구나!

앞으로 딸아이가 얼마나 과학, 수학에 관심을 가질 지 ... 이 아빠도 궁금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그리기, 종이접기, 동물이야기책 읽기, 이런 책으로 돌아갈지...

그렇게 안 보던 과학책에도 관심을 갖게 될지...

아빠도 궁금합니다.


딸아이 독서... 아빠는 실험 중입니다.


끝. 


사진은 픽사베이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