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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 박하 Apr 23. 2024

스메타나의 키스 in 슬로바키아 국립극장

키스도 타이밍

브라티슬라바의 슬로바키아 신 국립극장에서

교향시 '나의 조국(Má vlast)'으로 유명한 체코의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řich Smetana)의 오페라 키스(Hubička)를 보았다. 이 오페라를  관람한 날이 3월 7일이었으니 2024년 3월 1일에 프리미어를 한 따끈한 신상 프로덕션이었다. 1920년 3월 1일에 슬로바키아 국립극장(SND)이 개장했고, 체코 음악의 해와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이래저래 이 작품이 의미가 깊다. 스메타나는 민속 색채가 돋보이는 선율의 교향시, 오페라와 실내악을 선보인 작곡가로 오페라에 민족적인 소재를 주로 사용했고, 교향시에는 리스트 등 신독일파의 영향을 받았다. 전체적으로는 민요 선율도 인용했지만 체코적인 정신을 넣으려 노력했다. 사실 그의 생전에 체코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았었다.


슬로바키아와 체코는 역사적으로 애증의 관계이나 문화적 뿌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민족주의 작곡가로 알려진 스메타나는 독일 오스트리아 지배하에서 무던히도 체코의 민족성을  찾으려 애썼고 오페라 대본에도 독일어 대신 체코어를 사용했다. 그 당시 체코는  독일어를 사용했다. 체코의 세계적인 대문호 카프카도 체코어가 아닌  독일어로 작품을 남겼다. 스메타나도 교육과정과 일상에서 모국어처럼 쓰던 독일어 대신 체코어를 사용했다는 것도 나름 결단 있는 행동이었다.  

그는 50대에 음악가에게 가장 치명적인 청력을 잃는 비운을 겪었다. 체코 극장의 지휘자로 있다 1876년 프라하를 떠나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옥같은 그의 대표작들이 탄생했다. 키스도 그 당시 작곡되었다. 그의 오페라 중에서는 두 번째 작품인 '팔려간 신부(The Bartered Bride,1866)'가 체코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외부 나라에서도 종종 공연이 올려지며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메타나의 오페라에서 키스는 상대적으로 많이 공연되지 않는 레퍼토리라서 정보도 많이 없었다. 보통은 줄거리와 대본을 읽고 가는데 이 오페라는 제대로 된 게 없었다.


지난 브라티슬라바 여행에서 가장 기다렸던 시간이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제목이 입맞춤이지만 정작 키스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


애 딸린 젊은 홀아비 루카시는 처녀인 벤둘카와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둘 다 고집이 만만치 않다. 사실 둘은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먼저 연인 사이였지만 루카시가 먼저 장가를 간 거였다. 사별하고 첫사랑 벤둘카를 아내로 맞이하려는 루카시는 슬픔은커녕 기쁨으로 너무 들떠 있다. 루카시는 벤둘카와 재회하는 순간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지만 그녀는 결혼 전까지는 안된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벤둘카는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남겨진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처녀장가드는 것도 복인데 거기다 마음씨까지 곱고 사려 깊은 신부였다. 그녀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철없는 홀아비는 보란 듯이 마을 술집에서 동네 여자들과 술판을 벌이며 바람을 피운다. 어찌어찌 둘은 화해하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유명한 자장가 Hajej, můj andílku - Letěla belouunká holubička를 포함하여 아름다운 체코 멜로디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 원작 카롤리나 스베틀라(Karolína Světlá)의 문학 주제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고, 대본은 엘리스카 크라스노호르스카( Eliška Krásnohorská)가 썼다.

체코어로 하는 오페라는 많이 접해보지 않아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데 생명력과 흙냄새가 나는 러시아 오페라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아름다운 자장가와 밝은 합창들에서 민속적인 선율과 흥이 느껴졌다.

보통 오페라 하기 전에 극장에서 전문해설가가 상영 전에 그날 공연할 오페라에 대한 정보와 프로덕션에 대해 브리핑하는 시간(Vorwort)을 갖는다. 베를린에서는 엄청 많은 사람이 자리가 모자를 정도로 서서까지 듣는데 여긴 좋은 의자에 앉아서 카페처럼 오붓한 분위기라 너무 색달랐다. 들어보고 싶었지만 하나도 못 알아듣는 언어라 분위기만 보았다.

초연: 2024년 3월 1일

Production Team

Musical Direction: Jaroslav Kyzlink

Conductor: Jaroslav Kyzlink

Directed by Andrea Hlinková

Set design: Miriam Struhárová

Costumes: Boris Hanečka

Choreography: Lukáš Vilt

Choirmaster: Zuzana Kadlčíková

Dramaturgy: Jozef Červenka


Cast

Paloucký: Gustáv Beláček

Vendulka: Patrícia Malovec

Lukáš: Ondrej Šaling

Martinka: Denisa Hamarová

Tomeš: Pavol Remenár

Barče: Andrea Vizvári

Matouš: Ivan Lyvch

Strážnik: Róbert Remeselník

Nebožká: Ulrika Hrnčiríková

Castthe SND Opera Orchestra Slovak National Theatre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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