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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 마당에 나무 세 그루가 묻혀있다.

해설을 들으면 다양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요.

by 호서비 글쓰기
IE003535722_STD.jpg 도산서원 마당에 있는 나무들. 오른쪽은 버드나무, 왼쪽은 느티나무이다.

"이 마당에 나무가 묻혔습니다. 한 그루도 아니고 세 그루가 땅 속에 묻혔으니 찾아보세요."


도산서당 앞마당에 나무가 묻혀있다는 소리에 관광객들은 어디에 무슨 나무를 묻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찾는다. 도산서원 마당에서 시사단이 형성된 유래에 대한 해설을 마치고 돌아서면서 이 마당에 나무가 묻혀있으니 찾아보라는 말에 관광객들 대부분이 묻힌 흔적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도산서원 앞에는 낙동강이 흐른다. 낙동강은 1976년 안동댐이 됐다. 댐이 만들어지면서 낙동강은 호수가 됐고 도산서원 진입로였던 강변 길은 수몰되었다.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서원 진입로가 새로 들어섰다. 강변에서 서원으로 오르던 계곡 비탈길을 메우고 새 진입로와 연결하여 지금의 너른 마당이 드러났다.


이 마당에는 퇴계 선생께서 도산서당을 지을 때부터 있던 터줏대감 나무가 있다. 마당 오른쪽 왕버드나무 두 그루와 중간에 있는 느티나무가 그러하다고 한다. 이 나무가 바로 땅속에 묻힌 나무라는 설명에 모두들 의아해한다. 관광객들은 되려 큰 키와 우람한 둘레를 자랑하는 이 나무가 왜 묻혔냐고 되묻는다.


IE003535724_STD.jpg 1970년 도산서원을 새로 단장하고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진입로를 새로 만들었다.

460년의 노거수인 버드나무와 느티나무는 나이가 무색하게 수세가 좋고 자태도 아름답다. 도산서원의 너른 마당과도 비교적 잘 어울린다. 그러니 믿기 어렵다.


사연은 이렇다. 도산서원은 1970년에 새 단장했다. 또 댐 진입로와 함께 마당을 만들면서 퇴계 선생 때부터 있던 나무를 그대로 살렸다. 선생의 숨결이 담긴 나무를 차마 해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계곡에 흙을 부어 땅을 높이는 성토 작업 끝에 계곡 비탈길에 섰던 나무를 마당 나무로 만든 것이다.

IE003535728_STD.jpg 도산서원 마당 왼쪽 나무는 줄기가 곧게 뻗어있다. 오른쪽 나무는 줄기가 짧고 곧바로 가지가 벌어져 있다. 밑동서부터 줄기 상당수가 묻혀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나무와 마당을 자세히 살펴보면 눈치챌 수 있다. 대부분의 일반 나무는 밑동에서 줄기가 곧게 뻗어 올라간 다음 가지가 벌어진다. 하지만 도산서원 마당 나무는 곧게 뻗은 줄기가 없다. 땅 위에서 곧바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마치 목이 짧은 사람 형국이다. 어린아이라도 곧바로 줄기를 타고 가지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다. 적어도 5~6m의 줄기가 땅 속에 묻힌 것이다.


계곡에 흙을 쌓아서 마당으로 만들면서 나무 밑 줄기가 묻힌 것이라는 설명에 관광객들은 그제야 '아하'하고 수긍한다. 400년이 넘은 도산서원은 참으로 많은 얘기가 숨어있다. 그 이야기는 해설사를 통해 들으면 더 잘 알 수 있다.


"도산서원 해설, 무료로 해드립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실려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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