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후 나들이길에 건진 사진 한 장
장마 전선이 북상하면서 내가 사는 곳에도 매일 비가 쏟아진다. 며칠 전에는 사고도 났었다. 좀처럼 자연재해가 없던 곳인데 올해는 침수와 산사태, 주택 붕괴 그리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제법 큰 사고가 났다. 방송에서 연일 경북 북부지역에 수해가 났다며 떠든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많은 비가 오면 아파트는 창문을 열기 힘들다. 베란다가 없는 확장형 구조라 창을 열면 곧바로 비가 쏟아져 들어온다. 평소에는 거실을 넓게 사용할 수 있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못하면 창문을 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장마 기간에는 문을 꼭 닫아놓고 살 수밖에 없다.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방안 열기가 높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종일 틀 수도 없어서 가슴이 답답함을 쉬이 느낀다.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안동 월영교에 나들이 갔다. 월영교에 도착하니 물안개가 자욱하다. 월영교는 안동댐 보조호수 위에 설치된 목재다리인데, 다리 난간까지 물안개가 올라와 중간의 정자를 점차 감싸고 있다. 월영교 입구는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 같았다. 아니다 다를까 저쪽에 사진 동호인들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셔터를 누르고 있다. 물안개와 월영교의 순간적인 모습을 찍기 위해 출사를 나온 모양이다. 물안개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강물의 온도가 지상의 온도보다 높을 때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제법 괜찮은 사진을 건졌다. 답답증이 준 선물이다.
월영교 난간에 물방울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거미줄에 물방울이 걸린 것이다. 거센 바람과 세찬 장맛비에도 방사선 형태의 거미줄은 피해도 없이 물방울을 머금었다. 사방팔방으로 거미줄을 쳐놓았고도 정작 거미는 장댓비를 피해 대피하고 없다.
이번 장마는 다음 주까지 많은 비를 뿌린다고 한다. 더 이상 피해를 내지 않고 조용히 물러났으면 좋겠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물다고 야단이고 너무 많이 내리면 수해라고 야단한다. 인간의 슬기로운 지혜로 물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데 자연을 이길 재간은 없다. 순종하고 대비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