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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동 Jul 06. 2023

우연히 인연으로

우리만 몰랐어??


카페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채원이라는 친구와 일하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쉬는 날에는 산책을 하거나 같이 카페를 다녀오기도 하고 밥을 같이 먹기도 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남사친, 여사친이 이런 느낌인가 싶기도 하고 설레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지내고 있었다. 나는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기록하는 여행 인플루언서를 준비하는 생각으로 제주도를 내려왔다. 그래서 연애는 생각이 전혀 없었고 어차피 다들 한 달살이 하고 올라가면 연애는 힘들겠다고 생각했고 흔히 제주뽕(?)이라고 불리는 들떠있는 상태에서 다들 잠깐이나마 감성이나 낭만에 취해서 감정이 훅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진심을 담은 연애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우연하게 같이 붙어있다 보니 마음이 안 생길 수 없었다.

 


23년 5월 23일 이 날도 쉬는 날이 겹쳐서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카페를 가서 맛있는 타르트와 커피를 마시면서 풍경을 즐겼다. 매장이 꽤 커서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 가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눴다. 뭔가 이국적인 분위기가 있는 이 카페는 전등, 카펫, 벽에 걸려있는 소품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는 게 티가 났다. 들어가는 순간 마치 해외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따듯한 햇빛과 솔솔 부는 바람이 감성에 취하기에 완벽한 날씨였다. 바닷바람을 계속 맞다 보면 쌀쌀할 수 있는데 센스 있게 매장 내에 담요가 구비되어 있다. 



돌아오는 길 첫인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라는 겹치기 흔하지 않은 공통점이 있어서 대화가 잘 통했고 동갑이다 보니 더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첫인상 이후에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후 같이 만나자고 말했다. 사랑이었다. 햇살이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초여름 우리는 아직 따듯한 봄이었다. 


그 후 우리는 비린내 하나 없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 고등어회 맛집을 찾아가서 저녁을 즐겼다. 김 위에 고등어회를 올리고 백김치나 고사리, 부추 등을 얹어서 먹으면 입안 가득 쫄깃한 고등어회를 더 감칠맛 있게 먹을 수 있다. 제주도 식당에서 보이는 공통점들 중 하나는 지역 특산품인 고사리 반찬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깃집을 가도 보이고 국숫집을 가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제주에서만 파는 음료를 마시면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확실히 같은 날이지만 오전에 카페에서 나눴던 대화랑 저녁에 나누는 대화는 달랐다. 사귀기 전, 후라서 대화하는 주제나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던 것 같다.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제주살이를 더욱 기대할 수 있는 날이었다.




돌아가서 게스트하우스 스텝들에게도 말하니 그들은 이미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같이 지내면서 마음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내가 채원이를 바라보는 눈빛은 꿀이 떨어지는 눈빛이었다고 했다. 앞으로 쭉 이쁜 사랑을 하라고 응원과 축하를 받았다. 




며칠 뒤 또 한 명의 사람을 보내야 했다. 소담소담게하에서 밝은 에너지를 내뿜으면서 분위기메이커였던 정영누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인상 깊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아침에 청소를 하러 힘들게 나왔는데 아마 지금 생각해 보면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지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 사람은 이 누나가 처음이다. 떠나기 전날까지도 같이 한 잔을 했다. 그리고 떠나고 나서 술자리에 없으니 허전함이 크게 느껴져서 참존재감이 컸던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지금은 유럽여행을 마치고 곧 서울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다고 한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그리운 마음을 사진으로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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