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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석 Aug 03. 2023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

우리는 왜 질문을 어려워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큰 착각에 빠져 살고 있다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이 실제이고 현실이라고 말이다


물론 언뜻 생각해 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경험하고 보고 아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오류가 있다

우리가 경험하고 보고 아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현실의 모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과연 우리가 경험하고 본 것들이 현실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걸까?

물론 우연히도, 그리고 운이 좋게도 우리가 경험하고 본 것들이 이 세상의 대부분을 나타내고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은 내가 하는 생각과 경험한 것들이 다수의 생각과 경험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생이나 유년기를 떠올려 보자

우리의 하루는 질문의 연속이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낯설었고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이 가득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왜 보다 성장하고 성숙해졌는데도 질문이 어려운 것일까?


물론, 질문을 상대적으로 꺼려하고 참는 것이 미덕인 것만 같은 학창 시절의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할 수 도 있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것보다는 참는 것을 배웠다

진정으로 궁금하다면 개인적으로 선생님을 찾아가 질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성인이 질문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질문에 대한 오해와 편견 때문이다


우선, 무의식적으로 질문 자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다

학창 시절 우리의 질문은 내가 궁금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질문이라는 방식을 통해 타인에게 얻어내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질문의 중심은 내가 되어 있고, 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사회와 조직에서의 질문은 소통의 한 가지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전처럼 단순히 내가 궁금한 것을 찾기 위한 질문이 아닌 상대방의 생각을 듣기 위한 질문, 공통의 문제와 답을 찾기 위한 질문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질문에 대한 정의가 변화되어 활용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질문을 내가 듣고 싶은 답과 말을 찾는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질문의 중심은 내가 아닌 상대방과 조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소박한 실재론'이라는 인지적 편견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질문을 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한다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고 성공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우리의 가치관과 사고를 만들어 내고 무의식적으로 인지적 편견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인식한다

내 앞에 보이는 것이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를 동일하게 인식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즉, '나의 생각이 다수의 생각'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정답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른 누구도 정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말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고 질문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나의 생각을 전하는 질문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질문을,

내가 어떻게 전달할지 보다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인식할지를,

나와 다른 생각이 틀리다고 인식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이라고 인식하고자 노력한다면

보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창업자가 방법이 모든 창업자들을 성공으로 이끌지 않듯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아도 동일한 하루가 반복되지 않듯이

우리의 경험은 과거일 뿐이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 우연히 맞은 하나의 사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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