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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법

겸손과 자부심의 두 날개

by 드림북


겸손과 자부심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

얼마 전 한 학부모님과 상담을 나누던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늘 겸손하시지만, 말씀 속에서는 확신이 느껴져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동시에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교습소를 시작했을 때, 저는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제 목소리를 숨기곤 했습니다.


학부모님 앞에서 지나치게 낮추다 보니, 제 전문성마저 흐려 보였던 것입니다. 반대로, 아이들의 성취를 자랑스럽게 말하다 보면 ‘교만하다’는 시선을 받기도 했지요.


"겸손이 지나치면 비굴하게 보이고, 자부심이 지나치면 교만하게 보인다." _다산


다산의 말처럼, 겸손과 자부심은 언제나 조율이 필요한 두 축이었습니다.


겸손은 자기 부정이 아니다

겸손을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겸손은 자신을 부정하는 태도가 아니라,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힘입니다.


저는 초창기에 제 가치를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 착각했습니다. 학부모 앞에서 제 경험과 실력을 숨기고, “별것 아닙니다”라며 작은 성과조차 축소했지요.


그러나 그런 태도는 오히려 신뢰를 약화시켰습니다. 겸손은 자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나를 함께 빛나게 하는 태도여야 했습니다.


자부심은 책임을 다한 결과

아이들이 성취를 거둘 때마다, 저는 늘 ‘내 덕이 아니다’라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습니다.


자부심은 누군가에게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맡은 책임을 다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는 사실을요.


“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이가 변했어요.”라는 학부모님의 말 앞에서 저는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그 말은 제 교만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가 다한 책임에 대한 감사였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균형이 관계를 단단하게 한다

겸손과 자부심은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균형을 맞출 때 더 큰 힘을 냅니다. 겸손은 관계의 문을 열고, 자부심은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을 당당히 세워 줍니다.


이 균형을 지킬 때, 학부모와 아이 모두 저를 신뢰했습니다. 그리고 그 신뢰는 제게 또 다른 성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마무리

혹시 지금, 지나친 겸손으로 스스로를 숨기고 계시진 않나요? 혹은 자부심을 교만으로 오해받아 상처받은 적은 없으신가요?


겸손과 자부심은 대립이 아닙니다. 서로를 지탱하는 두 날개입니다. 두 날개가 함께 움직일 때, 우리는 더 멀리, 더 높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보시길 권합니다.

“나는 충분히 겸손하면서도, 내 자리에서 당당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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