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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비 Oct 27. 2022

고양이들도 서로 닮아가나 봐요


“버터는 왜 맨날 내가 하는 걸 따라 해?”

“으응? 내가 뭘?”

“지금처럼 말이야. 어느샌가 내 옆에 앉아서 똑같은 자세로 하늘을 보고 있잖아.”

“매일 같이 붙어 있으니까 서로 닮아가는 게 아닐까?”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정말이라니까. 집사들을 보면 알 수 있어.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도 고양이도 조금씩 닮아가는 건가 봐.”




은근히 제 행동을 따라 하는 버터가 얄미웠던 적이 있어요. 하루는 용기 내어 버터에게 왜 나를 따라 하는지 물어보았죠. 처음엔 우리가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버터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괜히 민망하니까 둘러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우리가 정말 서로 닮아가고 있는 게 맞을까?


다음 날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버터와 제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해 보기로 했어요. 햇살이 잘 드는 캣타워 위에 올라가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쉬는 모습, 나른한 오후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등의 각도, 분홍빛 혀를 날름대며 그릇에 담긴 물을 낚아채는 모습까지... 놀랍게도 저 또한 버터의 많은 부분을 따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이제야 서로 닮아간다는 버터의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버터는 제 삐뚤어진 생각마저도 따뜻하게 품을 줄 아는 따뜻한 친구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곁에 두고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를 만난다는 건 묘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서로 좋은 점을 발견하고 닮아가며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어 앞으로의 제 묘생도 행복으로 가득할 것만 같아요. 버터야, 부디 내 좋은 점만 쏙 빼서 닮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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