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정신 차려!”
“아앗. 나 또 잠들었어?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나 봐.”
“그렇게 졸다가 아래로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밥만 먹으면 잠이 오는 걸 어떡해. 미아가 매번 이렇게 옆에서 날 지켜 주면 되겠다.”
“으이구. 사료를 좀 줄이면 될 것을... 알겠어. 대신 지금처럼 내 옆에 꼭 붙어 있으라고.”
버터가 잠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에요. 원래 고양이는 잠이 많다지만 하루 중에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더 많은 버터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니까요. 어휴.
버터는 오늘도 어김없이 제 등에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목을 콱 물어서 깨울까 하다가 문득 버터가 예전에 해 줬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집사를 만나기 전 아기 시절의 버터는 어미를 잃고 어느 재개발 구역에서 유리 조각을 밟으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대요. 그땐 아무리 잠이 쏟아져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대요. 그런 힘겨운 생활 끝에 지금의 집사를 만나게 된 거죠.
버터는 집사와 저를 만나고 나서야 잠이 많아진 거였어요. 저렇게 평화로운 얼굴로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옆에 있는 저를 그만큼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 아닐까요? 오늘만큼은 특별히 버터를 깨우지 말아야겠어요. 버터야, 나도 너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