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을 맞이하려 어제를 준비한다.
까만 방이 형형한 빛으로 물들어간다.
푸른 달빛이 구석마다 닿아 반짝인다.
이름 모를 꽃잎이 온화한 바람에 춤을 춘다.
달콤한 향이 흘러 입술 끝을 매만진다.
조금씩 엇나가는 호흡에 귀를 기울인다.
감았던 눈을 뜨면 까만 방과 마주한다.
오늘도 내일을 맞이하려 어제를 준비한다.
언제부턴가 휴식을 취하는 데에 불안감이 엄습하게 되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려 시작했던 운동은 하루의 일과가 된 지 수년이다. 근육통이나 관절에 고통이 느껴질 때면 쉬어야 하는 게 마땅하나, 괜히 신경 쓰여 아픈 부위를 피해 운동한다. 매일 하는 3D 공부와 이미지 제작에도 휴일은 없다. 충분한 휴식은 좋은 약이 되나, 왠지 모르게 쓴맛만 느껴진다. 하루하루가 같은 모습만을 그린다. 엇나가는 날이 있을 때면 감정에 그늘이 진다. 언제나 이뤄왔던 일상의 할당량을 채워야만 한다. 그것만이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이다. 휴식은 모든 것이 이루어진 후에 취할 수 있다. 강박은 나를 삼킨 지 오래였다.
간단한 취미를 영위할 때도 즐거움보다 죄악감이 솟았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게 작은 낙이었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야외로 나가지 못해 카메라는 먼지만 쌓이게 되었다. 취미라고 칭할 것이 없어지고 예능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게 다였다. 시간이 흘러 우선순위가 높아진 일이 하루에 구성된 이후로는 허용되지 않았다. 아픈 머리를 식히려 짧게나마 게임을 할 때면 내 안의 죄의식이 머리부터 감쌌다. 원치 않던 후회가 가득해진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는 모호한 기대로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낸다. 휘황찬란하거나 허황된 목표라곤 하나 없이 앞만 보며 나아간다. 매일을 공부와 연습만 반복한다. 오늘의 모습은 어제의 재방영이고, 내일의 예고를 영사한다. 걷다 보면 길이 나타날 거란 막연한 생각은 강박증의 씨앗이 된 지 오래다. 이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광명으로 날 끄집어낼 거라는 일말의 희망도 담겨있다. 희미한 형태의 작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불안함을 품에 안고 하루를 되풀이한다. 비전공자로서 가지는 한계와 새로움으로 가득한 나날을 인지한 후엔 행동양식은 더욱 강해졌다. 저 멀리 뒤처져있기 때문에 이 강박은 정당하다고 스스로를 강요했다. 오늘 밤도 눈을 감기 전, 내일의 풍경을 그려본다. 아마,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 또다시 나를 맞이하겠지.
오늘도 내일을 맞이하려 어제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