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한시십오분 Dec 24. 2022

열아홉 번째 심상.

지나왔기에 걸음은 앞으로 향한다.

사용 프로그램 : CInema4D, Redshift, AfterEffects


끝없는 지평선이 이어져있다.

따라 걷던 길은 지나친 지 오래다.

이정표 하나 없이 안개마저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길을 물어볼 이 하나 없이,

가끔 돌아 보이는 발자국을 의지하며,

지나왔기에 걸음은 앞으로 향한다.




  배움에는 여러 방법이 있으나 독학은 혹독하다. 작은 빛 하나 없는 곳에서 스스로 불을 밝혀야 한다. 몸을 낮추거나 땅을 보며 걷든, 걸음의 방향도 결정해야 한다. 애초에 걸음마부터 쉽지 않다. 공부의 시작으로 학원을 다닐지, 인터넷 강의를 수강할지, 서적으로부터 지식을 쌓을지 등 다양한 방안이 선택지로 존재한다. 여기서 학원을 등록한다면 독학의 범위에서 벗어나 보다 용이한 학습이 가능하다. 인터넷 강의나 서적을 이용한 독학은 ‘멈추고자 하는 욕구’와의 싸움이다. 자신 뿐인 환경에서 벽에 부딪히는 상황에 쉽게 노출된다. 몸소 해결해야 할 수밖에 없는데, 심할 경우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영상 디자인을 독학할 때 직면하게 되는 벽은 더 거대하다.


  영상 디자인을 시작할 때 투입되는 초기 비용은 적지 않다. 영상은 수많은 사진과 음성으로 구성된 복합체다. 상대적으로 용량이나 다루게 되는 메모리가 크다. 이에 따라 기본이 되는 컴퓨터의 사양이 비교적 높아야 한다. 제작과 편집에 활용될 AfterEffects나 Cinema4D 등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필수며 3D의 경우에는 실시간 렌더링을 위해 서드파티 렌더 프로그램의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부가적으로 이미지 소스를 제작하거나 음향을 편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도 자주 사용된다.


  접점이 전혀 없는 조건에서 영상 디자인을 시작하기엔 무리가 많다. 촬영과 편집 등 필요한 영상 언어에 대한 선수 지식을 쌓아야 하며 밑바탕으로 물질적인 요소도 충분해야 한다. 하물며 학원 수강이 아닌 독학으로 시작한다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네트워크 형성도 이룰 수 없다. 단순한 흥미 요소를 동기로 업을 삼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분야다. 모든 걸 경험한 바로, 보람찼던 순간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모습이 더 생생하고 여전하다. 보유 중인 PC는 사양이 낮아 많은 제약이 따른다. 결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작업물의 범위가 크게 줄어든다. 이를 포함한 한계로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아간다. 뒤를 돌아보면 처음 시작이 저만치에 떨어져 있다. 오래전부터 이정표나 지도 한 장 없이 걷고 있다.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것도 있지만, 지나온 만큼 미래를 믿고 있다.


지나왔기에 걸음은 앞으로 향한다.

작가의 이전글 열여덟 번째 심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